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임시 이사회를 열고 8시간 가까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할매각이 대한항공과 합병의 중대 분수령인 만큼 각자 주장만 펼치다 표결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물사업부 매각에 찬성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놓고 긴 난상토론을 벌였다. 배임죄를 주장하는 인사들은 매각에 따른 손해는 물론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 등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화물 사업부 매각에 대한 의견은 꾸준히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직원 대다수는 일종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주장하며 화물사업부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최근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이를 매각한다고 회사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아시아나 화물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항공화물 사업 호황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대란으로 인한 △항공 화물수요 증가 △벨리(여객기 화물칸) 공급 감소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매출이 3조원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을 맞은 항공업계의 여객기 운항은 늘어났고 벨리 공급도 증가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올 상반기 7795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매각이 결정 나도 인수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매각을 찬성하는 쪽 주장과 마찬가지로 화물사업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기업들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인수할 경우 1조원가량의 화물사업부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점까지 미루어 볼 때 화물사업부 인수전은 썰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 후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아시아나항공을 제쳤던 제주항공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이 중 가장 큰 기업인 티웨이항공도 인수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 매각이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당초 EC는 대한항공에 이달 말까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이 길어지면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한항공은 EC 측에 제출 기간 연장 관련 양해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11월 초 EC에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내달 2일 임시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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