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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멀티트랙' 선택 아닌 필수…유통家 본업 빛낼 '부업' 키운다

김아령 기자 2023-09-12 06:00:00
F&F가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MLB의 '맨투맨 셋업' 화보 [사진=F&F]

[이코노믹데일리] 유통업계가 투트랙을 넘어선 ‘멀티트랙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틀을 깨는 도전과 혁신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본업의 성장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종산업에 적극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 파편화되는 소비자 취향…‘신사업 DNA’ 깨운다

소비자의 취향이 점차 파편화되고 까다로워지면서 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지속 성장에 방점을 둔 신규 사업에 발을 들이는가 하면 기존 사업과 보완이 가능한 영역에 뛰어들며 ‘신사업 DNA’를 깨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자회사 ‘씨피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본업인 유통 외 연예 매니지먼트 분야로 진출했다. 씨피엔터테인먼트 대표 자리에는 최종욱 전 SM C&C 상무를 선임했다.
 
쿠팡은 매니지먼트사 설립과 함께 쿠팡플레이에서 선보이는 K-콘텐츠의 지속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 토종 OTT 1위 자리에 오르는 동시에,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쿠팡이 선보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는 콘텐츠와 유통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전용 혜택 중 하나로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외 TV 시리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 제약없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3년차에 접어든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핵심 성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여름 손흥민 선수가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구단을 초청해 두 차례 내한 경기를 독점으로 주관했고 같은 해 추석 연휴 전후로 영화 ‘비상선언’과 ‘한산’을 OTT 최초 독점 공개했다. MZ오피스 등의 코너로 화제를 모은 예능 콘텐츠 SNL코리아 등도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쿠팡플레이 '지수의 꽃향기를 남기러 왔단다'에서 블랙핑크의 지수가 최근 내한한 맨체스터시티의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YG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번 자회사 설립이 단순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가 아닌,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제작부터 배급, 아티스트 매니지먼트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면서 쿠팡플레이의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쿠팡플레이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에 올라섰다. 지난 7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500만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더니 한 달 만에 선두를 달리던 티빙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스포츠 콘텐츠와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훌륭한 콘텐츠를 발굴해 내 고객에게 큰 감동을 전할 것”이라며 “글로벌 OTT의 독점이 우려되는 국내 시장에서 씨피엔터테인먼트는 우수한 한국 콘텐츠를 더 많이 제작하고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주력으로 하는 패션기업 F&F(에프앤에프)도 엔터테인먼트 등 신사업에 나서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F&F는 지난해 문화 콘텐츠기업 빅토리콘텐츠의 지분 50.8%를 확보한 데 이어 ‘F&F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엔터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F&F는 오는 11월 SBS에서 첫 방송하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에 공동제작사로 참여하면서 엔터사업을 본격화한다. 회사 측은 지원자들이 MLB, 디스커버리 등의 의상을 입고 오디션 경연에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광고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F는 패션 브랜드를 해외에서 키운 기획력을 아이돌 육성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F&F가 엔터사업에 힘을 주는 것은 국내 실적 침체에 맞물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F&F의 지난 2분기 국내 패션사업은 기저 부담과 수요 약화로 약세를 보였다. MLB 매출은 성인 라인과 키즈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8%, 5.4% 줄었다. 디스커버리도 8.5% 축소됐다. 지난해 인수한 테니스웨어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올 상반기로 확대해보면 국내 패션 매출액은 7231억원(전체 매출 비중 64.19%)으로 지난해 동기 6988억원(71.38%)보다 3.5% 늘었다. 하지만 매출 비중에선 7.2%포인트(p)가량 떨어졌다. F&F는 새롭게 시도하는 엔터사업과 기존 패션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hy가 크림형 화장품 'LETI7714 트리플 리프트-업 안티에이징 크림'을 출시했다. [사진=hy]
 
유통전문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도 최근 앰플형 화장품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을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자사몰인 프레딧 전용으로 내놓은 이 제품은 hy가 10여 년간 연구한 야심작이다.
 
hy 관계자는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허 유산균 화장품을 프레딧 전용 제품으로 출시한 것은 자사몰에 소비자를 머물게 하는 록인(lock-in) 효과와 고객 충성도 제고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시 2주 만에 판매량이 1만 개를 넘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프레딧 회원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60만명에 달한다. hy는 프레딧에서 스킨케어, 클렌징, 헤어·바디케어, 네일·페디케어 등을 판매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뷰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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