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중국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경제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와 달리 장기간 중국에서 발을 빼온 산업계는 덤덤한 분위기다. 당장 중국으로서는 자국 경제 상황이 시급한 탓에 한국 기업을 제재하는 등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삼성·SK·현대자동차 등 기업이 직접적으로 받는 영향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회의에서 대만 문제가 언급된 데 대해 중국 측이 '냉전', '내정간섭' 같은 표현을 써가며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안보 문제를 경제로까지 연결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은 '조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기점으로 줄곧 고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명맥이 끊긴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5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 플립·폴드5 출시국에 중국을 포함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폴더블 대중화를 위해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몇 년째 1% 수준에 머물렀지만 폴더블을 발판으로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현대차 역시 중국 점유율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전략 차종 출시와 사업 재편을 병행해 장기전에 대비하고 나섰다. 판매 모델을 13종에서 8종으로 줄이고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 충칭공장 매각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축소하면서도 고성능차 브랜드인 'N'을 선보이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을 계기로 '유커(游客·관광객)' 맞이에 분주한 여행·항공업계도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 중국 당국이 단체여행 규제를 푼 지 얼마 안 돼 다시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보복이 당장은 실현되지 않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직접적인 형태의 마찰이 생기지 않는 한 중국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국민 감정을 건드려서 한국 기업이 사업을 할 때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여지는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사드 보복을 거치며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를 포함해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게 없다"면서 "경제 보복에 나서더라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가 가장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도 보복이나 제재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에서 낸드플래시·D램 등 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반기 중국 매출이 1년 전보다 각각 41.5%, 51.6% 줄었는데 세계 반도체 수요 급감이 원인이지 정치적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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