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2년 전 소주의 쓴 맛을 본 신세계L&B가 다시 한번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유력한 브랜드명은 ‘킹소주24’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한 친숙한 네이밍으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L&B가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이달 특허청에 ‘킹소주24’ 상표를 출원했다. 앞서 ‘쎄주24’, ‘부강소주24’ 등 상표도 등록했지만 젊은 감성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출원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L&B가 준비 중인 제품은 24도 상당의 희석식 소주다. 킹소주24 브랜드 명에 들어간 숫자 ‘24’가 도수를 뜻한다. 소주 도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저도주 열풍 속에서 24도 상당의 희석식 고도주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신세계L&B의 소주 시장 복귀는 지난 2021년 ‘푸른밤’의 단종 이후 약 2년 만이다. 앞서 신세계그룹 계열사 이마트는 2016년 제주도에 기반을 둔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L&B를 통해 와인과 맥주 등을 수입 유통·판매하는 데 이어 소주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주류 시장에서 영역을 더 넓히겠다는 전략에서다.
그러나 제주소주는 2021년 신세계L&B에 흡수합병 되기까지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제주소주는 ‘푸른밤 소주’를 출시하며 외형 성장에 나섰지만, 유통망이 좁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시장공략에 실패하며 영업손실이 매년 불어났다. 영업손실액은 인수 당시 19억원에서 2019년 14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이번 신제품도 소주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소량 생산한 후 물량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킹소주24는 과거 푸른밤 소주를 생산하던 제주소주 공장 설비를 활용할 전망이다.
현재 희석식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진로이즈백 등으로 점유율 65% 이상의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참이슬 50%, 진로 15%, 처음처럼 15% 수준이다.
가장 도수가 높은 소주는 20.1도인 ‘참이슬 오리지널’로 신세계L&B가 준비 중인 24도 소주 대비 낮다. 하이트진로의 전체 소주 매출에서 참이슬 오리지널의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고도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다.
신세계L&B는 와인수입사를 넘어 종합주류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제주 소주 공장에서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 및 수출을 시작했고, 위스키 등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맥주 시장에 진출하며 야심차게 선보인 발포주 ‘레츠’가 부진을 겪고 있어 우려된다. ‘레츠 프레시 투데이’를 출시한 지 1년여 만에 유통기한 임박 상품 재고 소진에 나서는 등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어서다.
신세계L&B의 올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4%, 97.1% 감소한 469억원, 1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악화, 와이너리 와인 가격 인상 및 고환율 등 복합적인 원인이 악재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이너리 자체만으로 수익에 한계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L&B가 킹소주24로 호황을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L&B 관계자는 “특색 있는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한 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일부 소매점에서 이벤트성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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