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26일) 출범한 반도체 펀드에는 삼성전자가 500억원, SK하이닉스는 20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이 펀드는 성장금융·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750억원, 민간투자자가 1500억원을 더해 총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반도체 펀드는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에 따른 반도체 육성 정책 중 하나다. 메모리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을 시스템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로 다각화하기 위해 민관 '원팀'이 첫 발을 뗀 것이다.
정부는 "(반도체 펀드가) 한국판 엔비디아 탄생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포부를 밝혔지만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국내에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엔비디아에 견줄 만한 시스템 반도체 회사를 만들어내기란 어려워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몇 년 전부터 미래를 선제적으로 보고 투자한 덕에 크게 올라선 '퍼스트 무버'지만 엔비디아를 이제서야 따라가려는 지금 국내 반도체 산업은 '패스트 팔로어'도 아닌 '슬로우 팔로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외국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을 투자하는데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3000억원 규모로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투자한다고 절대 낙관해서만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와는 반대로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라도 도전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뛰어난 칩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크고 작은 소부장, 후공정 회사가 함께 약진하고 산업 생태계 다양성을 확장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와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민관이 자금을 출자해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여건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힘든 업황 속에서도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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