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 지역 제조업체 숫자에서 98%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기업 대다수가 설비 노후화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중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여수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된 지 50여년이 지나면서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 산업은 국내 전체 제조업 생산 6.1%, 수출 8.2%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지원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여수산단에서는 최근 5년 간 화재, 폭발, 가스 누출 등 사고 121건이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을 입었다.
여수 석유화학 단지는 기반 시설도 탄탄하지 못하다. 현재 여수산단 내부 공공 폐수 종말 처리 시설의 폐수 처리 능력은 한계치에 도달해 기업들 신규 투자 계획 대비 폐수 처리 용량이 부족하다. 설상가상 전력 공급난까지 있어 입주 업체 신·증설 투자도 제한되고 있다. 국제 기준을 이유로 입주 기업에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요구하면서 지원이나 혜택 없이 기본적인 시설조차 낙후돼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19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석유화학 단지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 출연금 등으로 기금 설치 △지역 주민 우선 채용·지역 기업 우선 이용 △기업들 상생협력 땐 조세 감면 혜택 부여 등이 골자다.
같은 당 김회재 국회의원도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3 석유화학산업 위기 대응 포럼'을 열고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업계의 대내외적 위기와 함께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닥치고 있다"며 "당면한 숙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황 악화로 고충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세제·금융 혜택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다라 탄소중립 설비 개선이나 연구개발(R&D)을 위한 융자를 지원하나 재생 가능한 납사를 수입하면 석유수입부과금 징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뿐 아니라 울산과 충남 서산에서도 석유화학 주요 산단 인프라를 확충하고 안전 관리 센터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최근 지지부진한 데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조세 혜택 등 지원을 해준다면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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