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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공시집단 뉴페⑥] 삼표 정도원號, 몸집에 걸맞은 책임 보여줄 때

성상영 기자 2023-05-11 16:04:45

30대社 이탈 25년 만에 '화려한 복귀'

재계 80위로 '껑충'…공정위 사정권에

승계 등 'ESG 위험' 관리 필요성 커져

서울 종로구 삼표그룹 서울본사[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삼표그룹이 과거 영광을 다시 만끽할 수 있을까. 한때 재계 서열 29위에 오른 삼표(당시 강원산업그룹)가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공시대상 기업집단(공시집단)에 다시 복귀했다. 전체 82개 대기업집단 중 80위에 턱걸이한 것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표는 지난해 말 공정자산총액 5조2170억원으로 주요 경영 사항을 공시할 의무가 생겼다. 비슷한 규모인 기업을 보면 △한솔(5조4560억원, 77위) △유진(5조3440억원, 78위) △농심(5조2820억원, 79위)이 줄줄이 포진했다.

소속 계열회사 수는 50개로 앞선 한솔(23개), 농심(32개)보다 많다. 규모가 훨씬 큰 동국제강(65위, 10개)이나 HL(56위, 13개)보다도 40개 가까이 더 많은 계열사를 거느렸다. 계열사가 늘어날수록 자칫 지배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고 총수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사익편취에 노출되기 쉽다.

강원도에 토대를 둔 1966년 삼강운수에서 출발해 골재와 연탄, 레미콘 사업을 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계열사가 잇따라 부도 위험에 빠지면서 2006년까지 장기간 워크아웃(재무개선)을 겪어야 했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계열사 수가 크게 늘어났는데 지난해까지 코스탁 상장사인 삼표시멘트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공시 의무가 없어 계열사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었다. 앞으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주요 사항,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시해야 하고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된다.

삼표는 그간 입찰 담합이나 하도급 불공정 거래 문제를 빼면 공정위 사정권 밖에 있었다. 정도원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인인 탓에 2년 전까지도 친족 회사로서 공시 대상에 포함됐지만 실질적으로 공정위의 사정 범위에 들어온 적은 없다.

독립된 기업집단으로서 삼표가 공시집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동일인인 정도원 회장은 물론 유력한 후계자인 정대현 사장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공정위 감시망 속에서 지배구조를 관리해야 하고 계열사 내부거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현재 지분구조를 보면 정도원 회장에서 지주사 격인 ㈜삼표, 그리고 여러 계열사로 이어진다. 계열사 수가 50개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편이지만 정 사장이 지분 71.95%를 보유한 에스피네이처가 ㈜삼표 지분 19.43%를 갖고 있어 '옥상옥 지주사'라는 의심도 받는다.

향후 정 회장이 아들에게 ㈜삼표 지분 전량을 물려주려면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지분 일부만 물려주고 에스피네이처 기업 가치를 높여 ㈜삼표와 합병하면 증여세나 상속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아직까지 정 회장이 어떠한 승계 시나리오를 구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공시집단 지정으로 삼표그룹을 향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삼표는 시멘트·레미콘 사업 특성상 ESG 문제에 발목이 잡히기 쉽다"면서 "몸집이 커진 만큼 정 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로 데뷔하거나 정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등 행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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