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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1500원 도시락, 12만원 애플망고 빙수…유통家 '극과 극' 마케팅

김아령 기자 2023-05-02 06:00:00

한 고객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이코노믹데일리] ‘초저가 아니면 초고가’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밥상 물가 상승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초고가에 달하는 프리미엄 디저트에는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 분화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을 지칭하는 ‘앰비슈머(Ambisumer)’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평소에는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며 소비하지만 자신이 특별히 생각하는 대상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이에 호텔에서는 10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애플망고 빙수가 출시되는가 하면, 편의점 업계는 물가안정에 앞장서겠다며 ‘초저가’를 앞세운 도시락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편의점 CU에서 판매하는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과 이마트24 '원더밥 도시락' [사진=각 사]

 
◆ ‘가성비 갑’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1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CU, GS25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최근 3000~4000원대 가성비 도시락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3월 22일 선보인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은 출시 한 달 동안 250만개가 팔렸다. 같은 달 16일 CU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내놓은 ‘제육 한판 도시락’은 출시 2주만에 100만개, GS25의 ‘김혜자 도시락’은 지난달 22일 기준 4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도시락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가성비 도시락은 편의점 전체 도시락 매출 상승도 견인했다.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이 출시되기 전인 1~2월 세븐일레븐 전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나 출시 이후엔 매출이 70% 올랐다.
 
구매 연령을 보면 29세 이하 고객 비율이 다른 도시락과 비교해 10% 더 높았다. 구성은 풍성하면서 일반 식당 대비 절반가격의 높은 가성비를 앞세운 편의점 도시락이 기존 주력 소비층인 3040을 넘어 20대에게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U의 ‘제육 한판 도시락’도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전체 도시락 매출이 크게 올랐다. CU에 따르면 지난 3월 16~21일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의 매출은 전월 대비 42.6% 급증했다. 전체 도시락 매출도 같은 기간 29.7% 올랐다. 특히 제육 한판 도시락은 직장인과 대학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대학가 등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33.1%를 차지했다.
 
GS25는 두 편의점보다 일찌감치 선보인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으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4000원대 가격이지만 여기서 각종 할인 혜택을 받으면 2000원대에 한 끼 해결을 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먹혔다. 이 도시락은 출시 당시 발주량이 도시락 신상품 평균 대비 350% 급증했고 첫 주가 지나기 전 발주량의 97%가 모두 판매됐다.
 
최근에는 커피 한 잔보다 싼 초저가 도시락도 나왔다. 이마트24는 쌀밥과 볶음김치로만 구성된 ‘원더밥’ 도시락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나오게 됐다. 일반 도시락 대비 밥은 10%, 볶음김치는 40%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24는 소바자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오전 6~10시에는 아침식사용 도시락을, 오전 11시~오후 1시에는 점심 메뉴를 20~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밥값 1만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맛있고 가성비 좋게 즐길 수 있는 편의점 먹거리가 주목받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편의점 도시락의 열풍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판매하는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사진=포시즌스 호텔]


◆ 한 그릇에 12만원대 호텔 ‘애망빙’…올해도 줄서서 먹을까

경기 불황에도 초고가 제품과 서비스 이용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나를 위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2030세대의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호텔 레스토랑 내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철 대표적인 것이 ‘애플망고 빙수’다.
 
지난해 일부 호텔에서는 애플망고 빙수를 먹기 위한 소비자들이 몰리며 1시간 이상 대기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그런 가운데 올해 처음 특급호텔 애플망고 빙수 가격이 10만원대를 돌파했다.
 
포시즌스 호텔은 5월부터 9월까지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를 판매한다. 가격은 한 그릇에 12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올랐다. 가격에 걸맞게 최고급 제주산 애플망고 2개를 통째로 넣고 라임과 코코넛 젤리, 망고 콩포트·소르베 등을 올렸으며 식용 꽃과 허브 등을 더했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망고 빙수 열풍을 이끈 신라호텔도 제주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지난해보다 18% 인상한 9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2019년 당시 5만4000원에 판매되던 빙수가 올해는 10만원을 코앞에 두게 됐다.
 
롯데호텔 서울은 페닌슐라 라운지에서 오는 4일부터 8월까지 제주 애플망고 빙수를 2인용 9만2000원, 3~4인용 17만원에 판매한다. 지난해보다 각각 4.5%, 6% 올렸다.
 
일각에선 특급호텔의 빙수 가격 인상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물가 시대라고는 하나 빙수 한 그릇 가격이 10만원에 육박하는 건 과하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호텔 측은 ‘남는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고급 재료가 들어가는 만큼 애플망고 가격과 출하량 등이 가격에 반영된다는 이유에서다.
 
따가운 시선에도 올해 망고빙수 인기는 전년과 같이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에게 호텔은 최고의 사진 스폿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결제도 나눠서 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단순히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특급호텔의 분위기, 인테리어, 서비스 등을 체험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의 영향으로 빙수 출시가 매년 빨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SNS를 즐겨하는 2030세대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재료와 구성, 데코레이션 등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애플망고 빙수' [사진=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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