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식품업계에 비건(Vegan) 바람이 거세다. 국내 비건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고기가 아닌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부터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메뉴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메뉴 대비 저렴하지 않은 가격과 ‘비건 식품은 맛없다’라는 인식으로 대중화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 20일부터 노브랜드 버거 전 메뉴에 사용되는 버거용 빵을 100% 식물성 재료로 개발한 ‘베러 번’으로 전환했다. 베러 번은 번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버터·우유·계란 등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게 특징이다.
노브랜드 버거는 지구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메뉴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대안식품을 활용한 저탄소 건강 메뉴도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식물성 재료로 만든 ‘베러 초이스’라는 저탄소 건강 메뉴군을 신설한다.
오는 5월에는 식물성 베러 번에 대안육 ‘베러미트’ 패티,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한 식물성 치즈와 식물성 소스 등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베러 버거’를 선보인다. 6월에는 닭고기 너겟의 맛과 식감을 100% 식물성 재료로 구현한 ‘베러 너겟’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롯데리아도 지난 1월 식물성 패티로 만든 ‘리아 미라클 버거Ⅱ’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2020년 선보인 ‘리아 미라클버거’에 이은 두 번째 대체육 버거로, 오직 콩단백만을 활용해 패티를 구현했다. 이전 제품보다 고기 조직 구현 등으로 식감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피자도 건강 메뉴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식이섬유 함량을 늘리고 100% 국내산 흑미와 렌틸콩·병아리콩·귀리 등 여섯 가지 슈퍼시드를 넣은 ‘슈퍼시드 화이버 함유 도우’를 최근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도미노 관계자는 “전체 도우 가운데 기존 슈퍼시드 도우의 소비자 선택률은 약 7%인데, 식이섬유가 포함된 도우는 12%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파파존스 역시 지난 2월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해 ‘그린잇 식물성 마가리타’와 ‘그린잇 식물성 가든 스페셜’ 2종의 식물성 피자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영국 비건협회(비건 소사이어티)에서 인증한 비건 치즈와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파파존스가 식물성 피자의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자사 온라인 주문채널(PC·모바일·앱)을 통한 신규 유입 고객이 약 20%를 차지했다. 비건 식생활 고객과 식물성 피자에 대한 일반 고객의 호기심에 기인한 구매가 더해진 결과로 회사 측은 풀이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기준 약 2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성장세에 단순 육고기뿐만 아니라 참치, 오징어 등 다양한 식재료들을 대체하기 위한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다만 해결해 나가야 할 식감과 맛, 가격 등 대중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변수다. 아직까지 진짜 고기보다 맛이 별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며 비슷한 가격이면 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먹겠다는 소비자 반응이 높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체 식품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현재의 축산업과 어업만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 등에 기업들이 뛰어드는 건 단순히 사업성이나 시장의 문제를 넘어 미래 식량 위기 대응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올해 2030만 달러(263억6000만원)에서 오는 2025년 2260만 달러(293억6000만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식품이라고 하면 흔히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미래 식량 위기에 대응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식물성 고기와 유제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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