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국대 기업' 3곳 실적에 드러난 K-산업 아킬레스건

성상영 기자 2023-04-08 08:00:00

1분기 실적 스타트 끊은 기업 '희비'

메모리 불황 직격탄 맞은 삼성전자

LG전자 '선방' LG엔솔은 '사상 최고'

무역 적자로 증명…산업 취약점 노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발표된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올해 1분기(1~3월) 실적 발표 스타트를 끊은 국가대표 기업 3곳의 희비는 엇갈리고 말았다. 가전업계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실적은 각각 '쇼크'와 '선방'으로 요약됐고, 이차전지(배터리) 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은 다시 한 번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8일 이들 회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악화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매출은 19% 감소한 63조원, 영업이익은 무려 95.75% 줄어든 6000억원에 그쳤다. LG전자는 매출 20조4178억원과 영업이익 1조4975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타격이 큰 쪽은 단연 삼성전자다. 지난해 모든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기면서 연간으로는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올해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보다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주범은 그간 수출 효자로 불린 메모리 반도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메모리를 사용하는 모바일, TV, 개인용 컴퓨터(PC) 등 정보기기(IT) 제품 수요가 줄어들었고 공급은 상대적으로 과잉 상태가 이어진 탓이다. 고성능 메모리 물량을 소화해 온 서버 수요도 침체됐다. 당연히 가격은 바닥을 쳤고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나타났다.

LG전자도 지난해 1분기보다는 실적이 나빠졌지만 침통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7일 배포한 자료에서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과거 1분기 실적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다는 이유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앞지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LG전자 실적이 선방한 이유는 가전업계 수익성 악화 요인인 물류비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차량용 전기장치(전장) 사업 고속 성장과 기업 간 거래(B2B) 비중 확대 덕분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운임은 1년 새 8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기업 특성상 물류비 지출이 많은 LG전자로서는 호재였다. 최근 신수종 사업으로 떠오른 전장이 꾸준히 흑자폭을 키운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다.
 

서울에 있는 한 LG전자 베스트샵[사진=연합뉴스 ]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 발표 기업 3곳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4조3423억원, 영업이익은 2589억원이었으나 올해는 각각 8조7471억원, 6332억원으로 급증했다.

메모리는 만들면 창고로 향하지만 배터리는 생산되는 족족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실린다. 배터리 업계는 풍부한 배후 수요를 토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올해부터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제도(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를 시행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잠정 영업이익을 1000억원가량 끌어올렸다.

메모리는 지고 배터리는 뜨는 산업계 상황은 한국 무역수지에 그대로 투영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6개월째 감소했고 무역적자는 13개월째 이어졌다. 주요 15대 품목을 놓고 보면 지난해 3월 대비 자동차(64.2%)와 배터리(1%)만 수출이 늘었고 반도체는 34.5%나 감소했다.

꾸준히 좋은 흐름을 유지한 자동차를 빼고 나면 강점(반도체)은 약점으로 바뀌었고 오랜 기간 인큐베이터에 머문 배터리는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은 모습이다. 이러한 반전은 불과 1년 사이에 이뤄졌는데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만큼 충격도 적지 않았다. 기업 실적과 무역수지를 함께 보면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특정 품목에 쏠린 산업 구조를 손질하기 위해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에 치중하며 이렇다 할 산업 정책 없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전국에 첨단 산업단지를 새롭게 조성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정책이 발표됐다.

앞으로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업종에서 줄줄이 잠정 실적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어닝 쇼크'와 '어닝 서프라이즈'를 놓고 1~2주간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