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의심이 확신이 됐다.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에 결혼 감소란 근본 원인이 있지만 높아지는 불임률에 막연하게 ‘환경호르몬’ 때문이란 의심이 있어왔다. 그런데 남성의 고환과 정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중국 베이징대의 연구 결과가 전해졌다. 미세플라스틱 속 유해물질이 정자의 질 저하와 관련이 있을지 주목된다는 분석과 함께.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 편의점들이 일반 플라스틱보다 미세플라스틱 발생률이 높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중국 베이징대학 연구팀이 최근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이란 국제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사람의 고환·정액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음을 밝혔다고 중앙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 연구팀이 고환 시료 6개와 정액 시료 30개를 열분해-가스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 등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25개 정액 시료 중 11개에서 총 24개, 고환 시료 6개 중 4개에서 총 31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다른 연구와 비교할 때 간(4.6개/g)이나 폐(1.17~2.84개/g)보다 고환에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이다.
◆ “미세플라스틱, 생식기능 떨어뜨린다”
정액에서는 6종류의 플라스틱 중합체가 식별됐다. 연구팀은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폴리스타이렌(PS)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검출됐다"라며 이들 미세플라스틱이 정액의 질 저하 등 생식 독성을 가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환 시료에서는 PS, PVC, PE, PP(폴리프로필렌) 등 4종류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이 지구 생태계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인간의 생식기능까지 침범 당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지난 4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성인남녀 6명 중 1명은 불임을 겪는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 발생 주범은 당연히 플라스틱이다. 그 중에서 다회용보다 일회용의 미세먼지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이 한층 커졌다.
◆일회용 플라스틱, 다회용보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 만들어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28일 발표한 ‘일회용기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에 따르면 플라스틱 일회용기 (16종)와 다회용기(4종)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과 인체 노출 가능 정도 등을 조사한 결과 일회용기의 경우 용기 1개당 1.0~29.7개, 다회용기는 0.7~2.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용도가 유사한 용기끼리 비교했을 때 일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이 다회용기보다 2.9~4.5배까지 많았다.
조사대상 제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컵과 포장용기의 주된 원재료인 PET(폴리에틸린테레프탈레이트, 47.5%)와 PP(27.9%)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종이컵에 코팅 되는 PE(10.2%)가 검출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미세플라스틱의 해악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되면서 일회용품의 종합 집결소 격인 편의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GS25는 지난해 11월부터 빨대가 필요 없는 얼음컵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빨대 없는 얼음컵은 GS25와 협력사가 1년 넘게 개발에 공들인 제품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컵 얼음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최다 그룹에 속하는 ‘핫 아이템’이다.
◆편의점들의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노력...소비자 선택이 성공 여부 결정
CU도 지난달 20일 전국 매장에서 판매되는 얼음 컵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앤다고 밝혔다. 지난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 점포를 중심으로 도입한 ‘마시는 뚜껑 컵 얼음’을 전국 1만7000여 점포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CU의 연간 컵 얼음 판매량이 약 2억개에 달하고 기존 플라스틱 빨대 무게가 약 1g인 점을 고려하면 연간 200t가량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CU는 녹색경영 실천로드맵을 바탕으로 △무라벨 자체 브랜드(PB) 생수 △즉석원두커피 무표백 종이 크라프트컵 도입 △친환경 간편식 용기 적용 등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문화 조성에 적극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폐플라스틱 분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테라블록’과 함께 물류센터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 테라블록은 고분자로 중합된 PET를 중합 이전 원료인 TPA(테레프탈산)과 EG(에틸렌글리콜)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로 유색이나 혼합물이 있는 PET도 활용할 수 있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어떠한 환경 재앙에도, 그 반대인 환경 보호에도, 그 연결 고리 어디쯤 반드시 인간이 있다. 지구 생태계 뿐 아니라 인류의 존재까지 위협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노력에 우리의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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