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치솟는 배달비로 배달 앱 이탈이 이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배달의민족(배민)이 승부수를 띄웠다. 단건 배달만 수행하던 자체 배달 서비스 ‘배민1’에 묶음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를 30%가량 낮췄다. 소비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음식점주와 라이더들 사이에선 불만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4월 중순부터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에 새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도입한다.
알뜰배달은 기존 배민1 한집배달과 동일하게 배민 라이더가 직접 배달을 하면서 동선에 따라 최적 묶음배달을 하는 서비스다. 묶음배달인 만큼 배민1에 비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적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알뜰배달 이용 시 소비자는 주문 금액과 거리, 시간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000원 안팎을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업주는 배달비로 2500~3300원(부가가치세 별도)을 부담하면 된다. 주문 중개 이용료는 배민1, 오픈리스트와 동일한 6.8%가 적용된다.
배민은 알뜰배달을 내달 19일 대구, 26일 인천 연수구, 경기 하남·군포 등에서 알뜰배달을 시범 운영하고 점차 적용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민이 알뜰배달 서비스를 내놓은 배경에는 배달비 급등 여파와 엔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자가 줄면서 위기를 맞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빅데이터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배달앱 3사의 앱 사용자(MAU) 수는 2922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이며 지난해 2월 배달앱 3사의 MAU 3586만명과 비교하면 18.5% 줄었다. 주요 배달앱 이용자 수가 3000만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2979만명 이후 5개월만이다.
기본 2000원 수준이던 배달가격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선택권 확대란 명목 아래 3000원, 4000원, 5000원, 많게는 1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부담을 느낀 사용자가 이탈하면서 배달 주문도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2조2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줄었다. 감소세를 이어간 건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이다.
배민 측은 알뜰배달이 단건배달의 장점은 살리고 높은 배달 비용이란 단점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알뜰배달 도입으로 소비자에겐 주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업주에겐 주문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난다”며 “라이더 입장에서도 기존에 없던 배달 형태가 추가됨에 따라 새로운 수익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점주와 배민 라이더들은 알뜰배달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점주는 “고객과 업주가 함께 부담이었던 6000원에서 이젠 업주 부담만 2500~3000원이란 소리 아니냐”면서 “결국 업주한테 받아가는 수수료는 똑같고 한번에 가는 음식도 두 번째로 가니 음식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동감한 다른 점주도 “알뜰배달 6.8% 수수료의 실제는 부가세+결제대행수수료 합산 10.78%다. 도대체 사장한테 좋은 게 뭔가 싶다”, “음식 온도가 생명이라 알뜰배달하면 안 되는 업종도 있어 걱정이다”, “배달 늦어 컴플레인 들어올것 생각하면 참···” 등 반응을 보였다.
배민 라이더들도 동감의 목소리를 냈다. 한 라이더는 “묶음배달은 매장의 조리시간이 정확해야 하고 라이더 또한 지리에 익숙한 사람이해야 그나마 시간을 줄이고 음식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조리시간 못 맞추고 라이더가 길 헤매면 더 많이 늦어질 수 있는 게 알뜰배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배민은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라이더는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조리지연이라도 심하게 걸리면 멘탈이 무너지고 결국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라이더도 “알뜰배달로 무리없이 음식을 받아본 사람은 통할 것이고, 음식이 식었다고 환불요청이 많이 늘어나면 ‘제2의 배달거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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