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면세업계의 판도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국내 1위 면세기업인 롯데면세점이 끝내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공항 입찰은 10년짜리 사업권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베팅으로 승기를 잡은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이 향후 1위를 탈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17일 사업제안서(60%)와 가격입찰서(40%)를 검토해 선정한 제4기 면세사업권 1차 사업자를 발표했다.
향수·화장품(DF1)과 주류·담배(DF2) 사업권 후보로는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선정됐다. 패션·부티크(DF3·4) 사업권도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맞붙는다. 부티크(DF5) 사업권을 두고는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이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롯데는 단 1곳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는 1·2·5구역에 입찰했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로 후보에서 밀려났다.
최종 선정된 사업자는 이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면세점 운영을 시작하게 되며 운영 기간은 최장 10년이다.
신라·신세계는 과감한 베팅으로 향후 10년(기본 5년+옵션 5년)간 최소 2개 사업권을 확보했다. 신라는 1그룹(DF1~2), 신세계는 2그룹(DF3~5)에서 최고 입찰가를 써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외에도 상징성과 홍보 효과 등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사업권을 무조건 얻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면세 시장은 글로벌 점유율 25%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1위 시장이다. 지난 2021년 기준 롯데면세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9%, 신라면세점 30%, 신세계면세점 18~20%, 현대백화점면세점이 16%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입찰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가 뒤바뀌면서 향후 국내 면세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이번 입찰에 보수적인 금액을 제시한 이유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롯데는 지난 2015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높은 금액으로 사업권을 얻었으나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 하고 2018년 일부 매장을 자진 철수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롯데면세점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다”며 “재원을 시내면세점이나 글로벌에 투자해 매출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을 제외하면 시내면세점은 명동본점, 월드타워점, 부산점, 제주점 등 4곳과 김포, 김해, 제주공항점만 보유하게 된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면세 매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글로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6월 호주 멜버른공항 면세점 오픈도 앞두고 있다.
롯데는 오는 2025년 계약만료로 신규 사업자를 모집하는 DF6 사업권에 재도전해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을 재시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탓에 올해 실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 시작되면 롯데와 신라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라 점차 인천공항 매출 비중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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