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김주남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이사가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서 검찰에 실형을 구형받았다. 롯데 정기 임원인사가 발표된지 무려 나흘 만이다. 김 대표는 위기에 빠진 면세점의 반등을 이끌 ‘구원투수’로 발탁됐지만 초반부터 사법리스크를 짊어지게 돼 불안한 모습이다. 신년 사업 경영과 더불어 당장 재판 준비까지 해야하는 김 대표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롯데면세점의 향방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강영재 판사 주재로 지난 19일 열린 김 대표 등 임직원 5명에 대한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김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받은 인사(HR)팀장은 징역 10개월, HR팀 직원 3명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 벌금 1000만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김 대표는 롯데면세점 지원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4월 롯데면세점 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가입하려 하자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가입을 포기하도록 회유하고 노조 위원장이 본사 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삭제하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대표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월 30일 열린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고환율로 인한 소비 침체 등의 여파로 상황이 나빠지면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올 3분기 들어 적자행진을 멈추고 흑자전환했지만, 1~3분기 누적적자만 533억원에 달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이에 조직 슬림화와 일부 국내 점포를 정리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선 만큼 김 대표의 상황이 롯데면세점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실적을 견인하는 사업부다. 실제 호텔롯데의 올 3분기 누적 매출 중 롯데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1995년 호텔롯데 롯데면세점으로 입사한 김 대표는 마케팅 팀장, MD팀장, 명동점장을 거쳐 2015년에는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면세사업 전문가다. 약 27년동안 면세점을 벗어난 적이 없어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눈에 띄는 점은 전 대표들과 달리 타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은 적이 없고 유일하게 입사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은 채 롯데면세점 수장에 올랐다. 지휘봉을 처음 잡는 만큼 김 대표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그는 적자를 기록 중인 롯데면세점의 연간 흑자전환과 함께 글로벌 면세사업 재개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번달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유찰건과 계약이 끝나는 것까지 포함한 사업구역이 굉장히 큰 만큼 확보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또 내년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과 베트남 다낭시내점, 하노이시내점 등에 출점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김 신임 대표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2019년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며 “정상적이 노사 업무 범위 내 활동으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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