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부터 유통 업계에 부는 ‘여풍(女風)’이 거세다. 식음료 기업부터 뷰티 업계까지 잇따라 최고 경영자(CEO) 또는 임원으로 여성들이 일선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여성 임원이 가진 섬세한 시장 판단 능력에 주목했다. 고객 경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장을 아는 실무형 리더가 필요해지면서 여성 인재들이 지휘봉을 잡는 분위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PC는 배스킨라빈스·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BR코리아) 대표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SCK컴퍼니) 출신의 40대 여성 CEO를 발탁했다. SPC그룹 계열사의 첫 여성 대표다.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주연 신임 대표는 1975년생으로,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현대카드에서 디지털본부와 전략기획본부를 총괄하며 디지털 혁신과 핀테크 신사업 등을 주도했다. 이후 비자카드의 한국·몽골 결제 상품과 솔루션을 총괄하는 부사장을 맡아 일했다.
이 대표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서 전략기획본부장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사이렌오더 등 핵심 사업을 고도화하고 신규 디지털 플랫폼 개발 사업 등을 추진했다.
식품 업계는 업종 특성상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여성 임직원 비중은 높지만 지금까지 여성 임원은 드물었다. 현장에서의 영업 경쟁이 곧 매출로 직결돼 사내에서도 영업직군의 영향력이 컸고, 거친 영업 업무 특성상 대부분 남성 직원들로 구성되다 보니 자연스레 남성 중심의 기업 문화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소홀히 할 경우 기업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식품 업계의 두꺼운 유리 천장이 깨지기 시작했다.
뷰티 업계에서는 여성 임원이 더욱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소비층이 여성인 특성을 폭넓게 이해하고 트렌드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LG생활건강, CJ올리브영 등의 수장 자리는 여성들로 구성됐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이정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시키고 CEO로 선임했다. 1963년생인 이 사장은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1986년 LG그룹 공채로 입사해 생활용품 부문에서 마케팅 업무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는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시켰고, 2019년엔 코카콜라음료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CJ그룹도 지난해 10월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선정 CJ올리브영 경영리더를 CEO로 발탁했다.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 여성 CEO다. 이 대표는 2006년 올리브영에 상품기획자(MD)로 입사해 15년 이상 MD 전문가로 일했다.
패션업계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푸마코리아는 이나영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이 이사는 리복과 아디다스의 국내, 글로벌 지사를 거쳐 2020년 푸마코리아에 합류한 뒤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해왔다. 이 이사는 20년 넘게 식음료 업계와 스포츠 용품 업계 등을 두루 거친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SK그룹 계열 이커머스 기업 11번가도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CEO로 발탁했다. 1975년생인 안 대표는 11번가 최초의 여성 CEO다.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 체제를 이뤄 11번가 경영을 이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CEO를 임명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며 “국내 주요 기업에 부는 여풍이 거세지면서 여성 전문경영인 입지가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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