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연초부터 긴 해외 출장을 마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설 연휴 전후로 안방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조직을 개편하거나 직원과 소통하며 한 해 농사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모습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 CEO는 국내에서 경영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일정이 마무리된 뒤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DX부문을 이끄는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생활가전사업부 산하 개발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주방과 거실 가전을 개발하는 키친·리빙개발그룹 2개 팀을 냉장고,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의류케어, 청소기 개발그룹으로 세분화했다. 소프트웨어(SW)개발그룹도 제품군마다 5개로 나눴다.
이번 조직 개편은 가전시장 침체로 인한 매출 하락을 제품 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2021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망된다. 세탁기 문짝이 깨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기자 간담회를 통해 "생활가전 사업이 DX부문의 성장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신입사원 연수에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신입사원과의 대화'에 나와 90분 동안 문답을 주고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김 부회장이 신입사원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스킨십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지금과 전혀 다를 미래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의 중추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선 CES에서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주제로 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선보였다. 김 부회장은 현지에서 전략 회의를 열고 "가시적인 뉴 그린 포트폴리오(신 녹색 사업 전략) 전환 성과를 창출하고 기업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야 한다"며 청정 에너지 생산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장을 중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소프트웨어와 차량용 전기장치(전장) 사업 성장에 힘쏟을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장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낼지 기대를 모은다.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연속 분기 흑자를 기록한 데다 수주 잔고가 80조원을 넘기며 4분기 실적도 청신호가 켜졌다.
LG전자는 전장과 함께 플랫폼과 콘텐츠, 서비스를 비롯한 비(非)하드웨어 분야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조주완 사장은 "전장 사업은 앞으로 가속할 일만 남았다"며 올해 매출 예상치를 10조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독자 운영체제인 웹(web)OS를 앞세워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주력 사업인 가전 분야에서 수익성 개선은 올해 풀어야 할 숙제다. LG전자는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655억원에 그쳤다. 조주완 사장은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며 신사업 육성과 기존 사업 성과 향상에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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