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빅딜이 성사됐다. 지난 2021년 미국 웹툰·웹소설 업체 왓패드(Wattpad) 인수 이후 네이버의 두 번째 대형 해외 아웃바운드이자 국내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거래다. 네이버는 1조7000억원이란 거액을 베팅, 북미 최대 중고거래(이하 C2C)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했다. 국내 인터넷 1위기업인 네이버가 해외유명 스타트업을 역대급 규모로 인수한 배경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 가입자 8천만...북미 최대 중고 패션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포시마크는 중고 의류나 패션 아이템을 개인과 개인이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2011년 설립된 포시마크는 사용자 8000만명 이상을 확보한 북미 시장 1위 사업자다. 지역 기반 C2C 플랫폼이란 점에서 국내 당근마켓을 떠올릴 수 있지만, 당근마켓이 모든 중고 물건을 거래한다면 포시마크는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버티컬 플랫폼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당근마켓과 포시마크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당근마켓은 지역을 한정해 중고 거래의 신뢰성을 높였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는 상품 거래가 끝나면 종료되고, 서로에 대한 평가만을 남긴다. 반면 포시마크는 판매자 페이지를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판매자의 일상생활(글, 사진 등)을 담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러한 구성은 당근마켓보다 사실 인스타그램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포시마크에서 구매자들은 인플루언서인 판매자를 팔로우 하고 판매자가 입은 옷이나 패션 아이템 착용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과 채팅으로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다.
판매자들이 상품을 올리고 구매자들이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은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유사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바로 이 같은 `소셜' 기능이다. 판매자는 '번개장터+인스타그램'과 유사한 개인 계정을 보유한다. 판매자 계정에 들어가면 그동안 판매자가 올린 모든 상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판매자가 올린 상품 개수, 공유된 게시물의 수, 팔로워·팔로잉 숫자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자에게 판매자에 대한 신뢰가 생성된다. 또 관심 상품에 대한 인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면, 포시마크는 자신의 상품 게시물을 공유하는 '소셜' 플랫폼인 것이다. 특정 판매자와 유사한 취향을 가진 팔로워들이 판매자의 상품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제품에 대한 홍보 효과를 더욱 높여준다.
커머스에 소셜을 더함으로써 포시마크만의 강점이 생긴다. 구매자는 원하는 품목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판매자와 연결할 수 있다. 판매자와 소통하며 조언을 받을 수도 있고, 흥정도 할 수 있다. 마음에 들면 직접 구매하고, 사용 후기를 공유할 수 있다.
구매자의 구매 과정 전체를 포시마크 플랫폼에서 이룰 수 있다. 판매자는 자신의 품목을 올릴 수 있고, 수백만의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으며, 또한 협상을 통해 판매를 성사 시킬 수 있다. 판매가 이루어지면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수수료를 차감한 수익을 자신의 계좌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판매자의 판매 과정 전체를 포시마크 플랫폼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포시마크는 2021년 말 기준 구매자 760만명, 판매자 560만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MZ세대가 전체 활동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팔로워가 100만명 이상인 판매자도 등장하고 있다. 하루 50만 건 이상의 새로운 판매 글이 올라오고, 10억건 이상의 좋아요·공유 등 소셜 활동이 발생하고 있다. 가입자 한 명당 하루 평균 25분 이상의 시간을 포시마크에서 보내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보듯 체류 시간이 긴 편이라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체류 시간이 길수록 무언가를 사고팔 수 있는 기회는 더 생길 수 있다.
포시마크는 2018년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가 선정하는 '넥스트 빌리언 달러 스타트업(Next Billion Dollar Startup)'에 선정된 바 있다. C2C 플랫폼임에도 수익 모델(BM)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포시마크는 중고 거래에 따른 수수료 20%를 기반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 매출이 4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의 당근마켓이 광고 외에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점을 본다면, 포시마크는 이미 견고한 수익 모델을 갖춘 셈이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의 주요 수익 모델인 광고 매출이 아직 없기 때문에 추가 매출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포시마크의 매출은 2020년 2억6100억 달러에서 2021년 3억2600만 달러로 성장했으나, 코로나19 팬더믹 여파로 인한 온라인 쇼핑 수요 둔화와 마케팅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2020년 2519만 달러에서 2021년 영업 적자 4400만 달러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네이버는 "한국의 대표 커머스인 쿠팡도 창업 이래 지금까지 흑자를 낸 적 없을 정도로 온라인 커머스는 수익 내기가 어렵다. 특히 중고 거래만으로 성공한 모델이 성공한 적 없었는데 포시마크는 작년까지 흑자를 낸 경험이 있는 기업"이라며 "라이브 쇼핑, 고(高)마진 광고 등 신규 수익원을 접목, 최소 20% 이상 연평균 성장률을 회복해 2024년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내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16일 포시마크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캘리포이나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포시마크' 본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팀네이버로서의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포시마크는 팀네이버로서 네비어의 기술력을 한층 더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네이버와 포시마크는 스마트렌즈 기술이 접목된 '포시렌즈(Posh lens)'테스트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포시렌즈는 포시마크에 가장 먼저 적용된 네이버의 스마트렌즈 기술로, 포시마크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촬영하면 비슷한 상품과 가격을 한 번에 검색해 볼 수 있다. 또한 네이버와 포시마크는 기존 라이브 커머스인 '포시 쇼(Posh show)'에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를 한층 더 고도화 할 계획이다.
◆ C2C 시장 과연 미래의 먹거리 인가
네이버는 15일 인수 완료 소식을 발표하며 “C2C 시장은 사용자간 다양하고 희소한 제품을 지속 생산, 거래하는 차세대 커머스 격전지”라며 “향후 온라인 패션 소매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C2C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미 스페인·프랑스·싱가포르 등 유럽·아시아의 C2C 플랫폼에 투자했고, 한국에서는 명품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과 일본에서는 패션 플랫폼 ‘빈티지시티’를 직접 서비스를 운영한다. 유럽 ‘왈라팝’,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등에 투자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일본, 유럽에 이어 북미 C2C까지 선점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엠제트 세대에게 중고거래가 이미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C2C 플랫폼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글로벌 C2C 시장 규모도 성장 중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4조원이던 국내 C2C 시장 규모는 2020년 20조원으로 5배 성장했다. 글로벌 C2C 시장 규모도 2021년 270억달러(약 32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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