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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기업 특혜' 알레르기에 속 타는 韓반도체

성상영 기자 2022-12-21 17:34:37

野 반대에 반도체 지원 법안 '반쪽' 전락

민주당 "세액공제율 20%, 과도한 특혜"

반도체 위축에 무역적자 500억弗 육박

투자 동력마저 끊겨 경쟁국에 추월 우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대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관련 업계는 물론 국민경제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 중 핵심인 세액공제 확대는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특혜 불가론을 주장하며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지난 8월 대표 발의한 것으로 4개월째 논의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은 크게 4가지다. 기업이 대학 등에 중고 자산을 무상으로 기증하면 해당 자산의 시가 10%만큼을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첨단 전략산업과 관련해 기업이 대학과 개설한 계약학과에 운영비를 지원하면 이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한다. 기업이 외국인 기술자를 영입했을 때 세액을 감면하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담겼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대목은 네 번째인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다. 개정안은 국가 첨단 전략산업에 시설 투자를 집행하면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를 각각 법인세에서 공제해준다. 현행법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로 세액공제율을 제한한다.

민주당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세액공제율을 각각 10%와 15%까지만 높이는 법안을 낸 상태다. 대기업에 20%에 이르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그간 대기업에 혜택을 주자는 논의가 있을 때마다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 왔다.

여야 간 대치로 한국형 반도체 지원법, 이른바 'K-칩스법'으로 불린 패키지 지원 법안은 반쪽짜리가 됐다. 전략산업 특화 단지 조성 지원과 수요 맞춤형 고교·대학 학생 정원 확대 등을 담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만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두 법안 모두 연내에 본회의 통과가 불발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회가 법안 심사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반도체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는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89억6800만 달러(약 63조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132억6700만 달러(17조원) 적자를 낸 이후 14년 만이다.

5대 수출품목 가운데 맨 윗자리를 차지한 반도체는 올해 들어 수출이 급감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4억5000만 달러(10조86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8% 감소하며 100억 달러선이 무너졌다. 이달 들어서도 1~20일 기준 1년 전보다 2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하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5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3%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실적 악화는 지난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10조600억원) 절반에 불과한 5조1200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도 이 기간 영업이익이 4조1718억원에서 1조6556억원으로 60% 빠졌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50%가량 줄이기로 했다.

투자 동력마저 끊길 위기에 처하면서 과거 일본이 한국에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긴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과 용인 등에 대대적인 시설·기술 투자를 단행하며 일본 기업이 쥔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가져왔다.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다양한 반도체 지원책을 내놨다. 미국은 지난 8월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된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기업이 반도체 설비에 투자한 금액 중 25%만큼 세액 공제해준다. 일본은 지난해 말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반도체 기업에 지급할 보조금 7740억 엔(7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 톱티어(Top tier·최정상급) 반도체 생산국 지위를 유지할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며 "기업이 부담없이 투자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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