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1월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내년 첫 날부터 시행될 예정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서 내년 실적은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지난달 미국 차량 판매량은 12만50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1% 증가했다. 회사별로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전년 대비 38.4% 증가한 6만8310대, 기아가 전년 대비 25.1% 증가한 5만6703대의 차량 판매고를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역대 11월 중 최다 차량 판매량을 나타냈다.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올해 들어 8월 6만9437대에 이어 연간 두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돼 밀린 대기 수요를 해소한 영향이 작용했지만, 현대차그룹이 최근 출시한 차량이 미국에서 호평받은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라이벌 일본 혼다자동차는 전년 동월 대비 6.1%, 미국 포드자동차는 7.9%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해 "경제적 급변기 속에서도 현대차는 11월 훌륭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며 "12월이 지났을 때 우리가 어떤 성적을 받게 될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호실적에도 현대차그룹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IRA 때문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이다. 사실상 보조금 개념으로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의 미국 현지 판매가는 약 4만1000달러다. 미국 브랜드 포드 머스탱의 마하-E(Mach-E)가 약 4만6000달러인 것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IRA가 시행돼 포드차에 7500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포드차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현대차의 장점인 '가성비'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IRA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를 고려해 IRA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부·국회 대표단은 지난 4일(현지시간) IRA 협의차 미국을 직접 찾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올해 말로 예정된 재무부의 하위규정에 우리 기업의 이해를 최대화하고, 특히 현대차그룹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한 최종적 협의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IRA로) 예상치 못하게 초래된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를 좀 다뤄야겠다는 데에 대해 미국 정부도 공감하고 있고 한미 양국간 계속 실무협의를 이어오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어떤 부분까지 협의할 수 있을지, 이번에 최대한 협상을 한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IRA 개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보스턴행 기내 브리핑에서 "법률 수정을 위해 의회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며 "IRA와 같은 역사적 입법에 대해 연방기관에서 진행 중인 복잡한 절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처럼 IRA 시행으로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날 나온 논평이다.
다만 일부 조항이 수정될 가능성은 감지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IRA은) 조정과 변화가 필요함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처음으로 IRA에 대한 결함을 인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내년 미국 차량 판매 실적은 IRA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시행될지 여부에 달렸다"며 "일부 조항 수정이라도 꼭 이뤄져 현대차그룹이 내년에도 미국 시장에서 순항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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