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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중수교 30주년] 현대제철, 中 사업 철수 '고심'...계속되는 적자에 '휘청'

심민현 기자 2022-10-13 00:00:00

수년째 부진 이어가고 있는 中 사업 정리 두고 고심

올해 상반기 베이징 법인 14억원, 톈진 법인 100억원 적자 기록

현대차 中 판매 감소가 주된 이유...사회공헌 사업 추진 등으로 돌파구 마련

현대제철 베이징 법인. [사진=현대제철]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1400원 이상의 고환율 공포가 국내 철강업계를 덮친 가운데 현대제철은 수년째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쪽 사업 정리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베이징과 톈진, 충칭을 포함해 7곳의 중국 법인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이중 칭다오 법인은 굴삭기 무한궤도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6곳은 해외 스틸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현대제철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인도, 체코, 슬로바키아, 러시아, 브라질, 터키, 멕시코 등 해외에 총 15개 스틸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 원재료를 한국에서 수급해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공장에 납품하는 것이 스틸서비스센터의 역할이다.

현대제철의 해외 스틸서비스센터 중 매출 규모가 큰 곳은 중국의 베이징과 텐진 스틸서비스센터, 미국 스틸서비스센터, 인도 스틸서비스센터 등 네 곳이다. 이들 중 베이징과 텐진 스틸서비스센터는 수년째 매출이 하락세를 나타냄과 동시에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사실 현대제철은 지난 2020년부터 서서히 중국 법인을 축소시켜왔다. 2020년 베이징과 톈진 스틸서비스센터 통폐합을 시작으로 지난해 2분기에는 장쑤성 비철강 제조업체 '장수 현대 스페셜 스틸(Jiangsu Hyundai-special steel)' 지분 90%를 매각했다.

현대제철의 자회사 현대종합특수강이 보유했던 지분이 100%에서 10%로 하락하면서 이 회사는 현대제철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장수 현대 스페셜 스틸은 중국 현지 법인 8곳 가운데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올해 초에는 스테인리스사업에 대한 영업권을 현대비앤지스틸로 넘기고 생산만 담당하는 식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중국 시장 철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적자폭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베이징 법인은 이미 14억원, 톈진 법인은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베이징 법인은 496억원, 톈진 법인은 202억원의 적자가 났다. 

시간을 더 뒤로 돌려봐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친 베이징 법인의 누적 순손실은 444억원, 톈진 법인 손실은 468억원에 달한다. 적자폭을 봤을 때 지금까지 버틴 것도 용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적자를 견디다 못한 다른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미 중국 법인을 모두 정리한 상태다. 

KG스틸은 2020년 장쑤성 공장을 청산하고 대신 충남 당진에 냉간압연과 도금 제품 생산공장을 신설했다. 포스코도 올해 초 중국 광둥성 차량용 강판 생산 법인(광둥CGL) 지분을 매각했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 8월 'DKSC(Dongkuk Steel China)' 지분 90%를 중국 장인 지방정부에 매각했다.

현대제철의 중국 시장 부진은 현대자동차와도 큰 연관이 있다. 현대제철 중국법인의 주요 목적은 중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현대·기아차의 차강판 조달이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중국 현지 판매 증감 여부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그러나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9만4158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9만4085대)과 비교하면 52% 하락한 수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차의 중국 지역 판매 감소로 현대제철의 중국지역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현대제철은 중국 시장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10월 천진에서 열린 현대제철 노인식당 오픈식에 참석한 현대제철 및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은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 추진 등으로 중국 시장에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천진시 동리구에 오픈한 노인식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제철 노인식당은 음식만 제공하는 일반 식당과는 달리 노인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형 식단과 정기 건강검진, 체육 프로그램, 건강강좌 등 통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제철은 향후 노인식당을 추가로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여기엔 현대제철 본사·현지법인, 현대차그룹중국과 중국 천진시 동리구 민정국, 중화사회구조기금회, 천진허퉁노년공익그룹 등 중국 정부 산하기관·단체들도 힘을 보탠다.

현대제철은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현대제철 여자축구단 레드엔젤스는 2019년까지 총 3년간 중국 유소년 축구단을 방문해 멘토링 활동을 하고 축구 용품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힘들지만 미래를 봤을 때 국내 철강업체들의 중국 시장 철수는 아쉬운 점이 많다"며 "현대제철이라도 중국 시장에서 끝까지 버텨 대한민국 철강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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