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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엇갈린 패션家 2세 경영능력…영원무역 '웃고' 형지·한세 '울고'

김아령 기자 2022-10-04 07:00:00

영원무역홀딩스 매출, 2년 만에 5000억원 증가…영원아웃도어, 지난해 영업이익 65% 늘어

글로벌세아, 지난해 그룹 매출 3조6000억원 달성…중견기업으로 성장

(왼쪽부터)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대표, 최혜원 형지I&C대표,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 [사진= 각 사 ]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패션업계 오너가(家) 2세 경영인들이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엇갈리며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2세는 창업주에 이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늘 따라붙는다. 때가 되면 경영권을 승계하던 과거와 달리 능력이 우선시되는 가운데 오너 2세 경영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 깜짝 경영능력 펼친 오너 2세 누구?

패션기업 오너가 2세 중 뛰어난 성과로 경영능력을 증명하고 있는 곳은 영원무역홀딩스다. 영원무역은 성기학 회장 차녀 성래은 대표는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성 대표는 미국 스태퍼드대를 졸업한 뒤 2002년 회사에 합류했다. 2016년부터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장녀 성시은 영원무역 이사가 사회공헌활동을,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부사장이 내수 브랜드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등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아디다스 등 글로벌 아웃도어와 스포츠 브랜드의 의류·신발·백팩 등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한다. 영원아웃도어는 노스페이스의 국내 전개사이며 스캇노스아시아는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의 자전거 및 관련 부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 매출은 2019년 2조7380억원에서 지난해 3조2405억원으로 2년 만에 5000억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990억원에서 5705억원으로 91% 이상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가은 부사장이 있는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 증가한 5445억원, 영업이익은 65% 늘어난 1331억원을 기록했다.

성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 등 대내외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좋은 경영을 펼치며 높은 보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래은 대표는 영원무역에서 지난해 급여 7억원, 상여 5억5300만원 등 총 12억5300만원을 받았다. 또 영원무역홀딩스에서도 급여 9억원, 상여 2000만원 등 9억2000만원을 수령했다.

영원무역 측은 “급여는 이사보수 한도 범위 내에서 산정한 것”이라며 “성래은 대표의 뛰어난 기획능력과 업무 추진력 등 리더십을 발휘해 뛰어난 경영 성과를 달성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의류 수출 1위 기업 글로벌세아그룹 오너 2세는 경영 기반을 닦고 있다. 창업주 김웅기 회장 차녀인 김진아 글로벌세아 전략기획실 전무는 올해 초 세아상역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세아상역에 오너 2세가 사내 등기임원으로 오른 건 처음이다.

세아상역은 2015년 11월 글로벌세아에서 의류제조 사업을 분리해 설립됐다. 세계 7개국 현지 법인과 40여 개 공장을 통해 2020년 별도기준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순이익은 2020년 1755억원(영업이익 1835억원), 지난해 1072억원(1418억원)으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를 맡고 있다. 김 전무가 이끌고 있는 전략기획실은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인수합병을 비롯해 전략기획, 법무, 대외 업무 등을 총괄한다.

글로벌세아는 2021년 그룹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보유 계열사는 세아상역을 중심으로 의류, 플랜트, 제지 등 약 10개에 이른다.

◆ ‘실적 악화’ 오너 2세, 경영능력 시험대로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2세도 있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창업주 장녀인 최혜원 대표는 올해로 7년째 형지I&C를 이끌고 있다. 최 대표는 2008년부터 패션그룹형지 글로벌 소싱 구매팀, 크로커다일레이디 상품기획실을 거쳐 2013년에는 패션그룹형지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2014년에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형지I&C로 넘어와 캐리스노트 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16년부터 형지I&C 수장이 됐다.

형지I&C는 최 대표 취임 첫해 매출이 1286억원에 이르렀으나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2021년에는 매출액이 655억으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2019년 5억원 규모 흑자를 빼면 2017년 88억원, 2018년 9억원, 2020년 53억원, 2021년 29억원 등 적자를 보였다.

형지I&C의 영업 부진은 해외시장 철수와 더불어 코로나19로 변화한 소비 행태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소비 비중이 크게 늘었지만 형지I&C는 남성 셔츠 브랜드 ‘예작’과 남성 정장 브랜드 ‘본’, 여성 캐주얼 브랜드 ‘캐리스노트’ 등을 운영하는데 대부분 백화점이나 아웃렛, 거리점 같은 오프라인에 중심을 뒀다.
 
하지만 형지I&C는 엔데믹 전환 이후 최근 실적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쿠팡, 네이버 등 대형 이커머스와 무신사 등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판매 채널을 다양화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지원 대표가 이끄는 한세엠케이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 슬하 2남 1녀 중 막내딸로 한세엠케이를 이끌고 있다. 그는 1981년생으로 이화여대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2008년 예스24에 입사해 10년간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한세엠케이에는 2017년 상무로 입사하면서 동시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2019년 2월 전무로 승진한 뒤 10개월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한세엠케이 매출은 2019년 3074억원, 2020년 2202억원, 2021년 2076억원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도 각각 238억원, 188억원, 12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지속적인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7월 한세예스24그룹은 상장 계열사인 한세엠케이와 같은 부문인 비상장 계열사 한세드림 간 흡수합병을 단행했다. 한세엠케이가 흡수합병으로 한세드림을 품에 안은 것이다. 한세엠케이와 한세드림 간 합병 비율은 1대 0.86이었다. 합병 이후 대표 체제는 3인 각자대표(김동녕·김지원·임동환) 구조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세엠케이에 숨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세엠케이는 버커루, NBA, NBA키즈, PGA TOUR & LPGA 골프웨어 등 캐주얼과 라이선스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회사다. 한세드림은 컬리수, 모이몰른, 플레이키즈프로, 리바이스키즈 등 유수 브랜드를 통해 국내외 아동복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이번 합병을 기점으로 사업 효율성 제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TBJ, 앤듀 브랜드를 정리하고 이에 투입됐던 자원과 리소스를 성장세가 높은 유망 브랜드군으로 재배치한다. 하반기에는 아동복 사업 분야에서도 아이덴티티에 차별화를 더한 신규 프로젝트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사업부의 다양한 리소스와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물론 생산·유통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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