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KG그룹이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이로써 쌍용차는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 이후 18년 만에 국내 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 'M&A의 대가'라는 별칭을 가진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쌍용차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쌍용차 회생계획안이 회생채권단의 95.04%의 동의를 얻어 법원의 인가를 받았다.
회생계획안이 최종 인가되면서 쌍용차는 KG그룹과의 M&A 절차 종결에 있어 중요한 과정을 마무리하고 회사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쌍용차는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8개월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KG그룹이 지난 5월 쌍용차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후 3개월 만이다.
매각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지은 쌍용차는 다음달 초 약 564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조달되는 자본은 변제 대상 채권 8186억 원 중 인수대금으로 납입한 3655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익채권의 변제와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KG그룹은 쌍용차 '최종 인수' 성공으로 명실상부한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쌍용차가 10월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하면 KG그룹이 쌍용차 자산(1조8630억 원)을 그대로 공정 자산으로 인정받게 되고, KG그룹의 재계 순위는 현재 71위에서 57위로 14계단 껑충 상승한다.
그러나 KG그룹이 쌍용차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자동차산업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쌍용차에서 지난달 출시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가 6만대 이상의 누적 계약 대수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지만, 현재 자동차산업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쌍용차는 경쟁 완성차업체에 비해 뒤처진 게 현실이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은 지난해부터 아이오닉5, EV6, 쉐보레 볼트 EV 등 다양한 전기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는 반면 쌍용차는 뒤늦게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해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결국 KG그룹은 부족한 경험을 생산설비 확충, 우수 인재 영입으로 대표되는 적극적 투자로 상쇄시켜야 한다. 업계에선 KG그룹이 인수 대금 외에 추가 비용으로 1조 원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곽재선 회장은 이와 관련해 "전동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며 "내년에 전기차가 나올 것이고 전기차 플랫폼 출시도 이른 시일 내에 준비해서 (전동화 전략 실행을) 차곡차곡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실제로 토레스 전기차 모델 'U100(프로젝트명)'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곽 회장의 과거 성공 사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곽 회장은 극심한 경영난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수많은 기업을 인수해 흑자 기업으로 회생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곽 회장은 그간 경기화학(현 KG케미칼), 이니시스, 에듀원,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 이데일리(언론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KG그룹을 9개 분야의 20개 기업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KG그룹 관계자는 "관계인 집회가 잘 마무리돼 다행"이라며 "임직원 모두 회장님의 쌍용차 부활에 대한 소명감을 잘 알고 있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곽 회장 역시 법원의 쌍용차 회생계획안 인가 직후 "쌍용차는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고 곧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SUV 명가로 부활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곽재선 회장 의지에 달렸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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