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갑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고객 경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번엔 친환경 사업과 더불어서다. LG그룹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 가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클린테크(Clean Tech) 관련 사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클린테크는 탈탄소와 순환 경제 체계 구축 등과 같이 기업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의미한다. LG는 클린테크 분야에서도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는 향후 5년간 국내외에서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클린테크 중심의 고부가 가치 사업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것이다.
LG그룹이 클린테크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데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 5월 말부터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전략 보고회를 이어오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해왔다.
이미 석유화학,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친환경 분야에 대한 역량을 강화한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화학은 바이오 소재 분야에서 미국 곡물 기업인 ADM사와 합작법인(JV)을 통해 2025년까지 미국에 7만 5000톤 규모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 대산공장에 바이오 원료 생산시설과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생산시설을 신설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지난해 12월 6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의 지분 2.6%를 확보하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10년 동안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또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 ‘켐코’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폐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금속을 전구체 생산에 활용하기로 하는 등 배터리 생산부터 폐배터리 재활용에 이르는 배터리 순환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 개발 역량을 빠르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흰색’ 플라스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데 이어, 투명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착수하며 급증하는 고객사들의 친환경 소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탄소 저감 기술 분야에서 LG화학은 지난 20일 충남 대산의 나프타 분해 센터(NCC) 공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이용해 연 5만톤 규모의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친환경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고 밝힌 이날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4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해서 의미가 깊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타계한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같은 해 6월 29일 LG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취임 이후 구 회장은 줄곧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전장 사업(VS) 경쟁력을 강조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분야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드는 분야는 과감히 포기하는 식이다.
지난해 7월 31일을 기점으로 26년간 고수해왔던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 철수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태양광 패널 사업까지 철수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승부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취임 이후 '고객 가치'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강조해오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LG화학 R&D 연구소를 방문해 클린테크 분야 연구에 매진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현장에 전시되어 있는 바이오 원료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임직원들에게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며 소통하기도 했다.
또 클린테크 분야의 투자 계획과 R&D 인력 현황을 점검하며 지주사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하게 살폈다. 구 대표는 “훌륭한 기술 인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같이 고민해달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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