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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벼랑 끝 내몰린 저신용자들…불법사금융 '노크' 잦아졌다

이아현 기자 2022-06-30 07:00:00

법정최고금리 인하…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아져

불법사금융 이용시 '과도한 이자'…서민 부담↑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서민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제2금융권은커녕 대부업에서 조차 소외당하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조정된 이후 저신용자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따른다. 벼랑 끝에 내몰린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려 각종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30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저신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수 대부업체의 75.0%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신규대출승인 고객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신용 6~10등급) 7158명과 우수 대부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결과에 따르면 저신용자의 57.6%는 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사전에 알고도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어떠했냐는 항목에 “어려워졌다”는 응답이 53.0%를 차지했다. 자금용도에 대한 응답은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가 43.6%로 가장 높았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신용자들은 불법 대부업체에서 법정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로 자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응답자의 68.4%는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서는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저신용자의 16.2%는 연 24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이처럼 저신용자들은 제도권 밖에서 대출을 받아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하향 조정된 이후 대부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저신용자의 원활한 자금공급을 취지로 최고금리를 조정하자 대부업체들이 수익보전을 위해 부실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을 거절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을 찾았다. 특히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 간 수요 특성이 유사해 대부업 이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의 이동이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 결과를 추산한 결과, 지난해 등록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명~5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6400억~9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연령이 높고, 소득원이 불확실하고, 신용이 나쁜 취약계층일수록 불법 사금융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율, 부당한 대출 중개수수료 요구 등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이용의 피해 인식 응답으로 ‘법정한도 초과의 과도한 이자’가 2020년보다 증가한 44.3%를 기록했다. 이어 ‘부당한 대출 중개수수료 요구’가 21.1%,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불법 채권추심행위’가 13.9%를 차지했다.
 
불법 사금융자로부터 돈을 빌린 후 대처에 대한 응답으로는 ‘높은 이자를 감당하고 있다’가 37.7%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불법 사금융 이용이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사금융 이용으로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5.9%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가족 간의 불신이 커졌다’가 2020년보다 큰 폭 증가한 56.7%로 가장 높았다.
 
◆ 불법사금융 성행…실효성 있는 대응책 있어야

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을 상대로 불법 사금융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이용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피해도 여전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당국도 불법 사금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서둘러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불법 사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정책적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불법 사금융이 적발될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사금융의 이자율 위반 시 형사 처벌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법령 개정을 통해 불법 행위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불법 사금융 광고의 효과적인 차단을 위해 추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6년 대금업 관련 3법 개정 및 단계적인 실행의 여파로 최고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대금업체들이 심사를 강화하면서 공급 규모를 축소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일반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대금업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금융소외 계층이 증가했다. 국내의 경우 최고금리 인하로 금융소외 증가가 불법 사금융을 확대시킨 구체적인 통계는 미흡하지만 15년여 전 일본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소외 현상을 방치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므로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전히 접근이 어려운 계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 금리수준 자체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단기 소액대부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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