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서울'(2008년~), '비이커'(2012년~) 등을 통해 브랜드 발굴을 지속해온 결과다. 동시에 구호와 준지 등 주요 브랜드 확장, 온라인에 주력하면서 빈폴스포츠 등 비효율 브랜드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한 게 주효했다.
LF·한섬 등 패션기업 '빅3' 중 삼성물산은 육성 브랜드 양과 질에서 독보적이다. 경영 일선에서 떠났지만 이러한 성장 동력을 일궈낸 일등공신은 바로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 사장은 재임 기간 디자인과 브랜드라는 패션 본질에 천착, 새로운 브랜드를 양성했다. 발망(BALMAIN), 띠어리(THEORY), 구호 등의 자사 브랜드 의상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는 등 대기업에서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됐던 여성복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성공작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제 그가 남긴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맞물려 실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 이서현, 주력 '구호·준지' 이어 편집숍 운영..."신규 브랜드 '인큐베이팅'"
이서현 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을 거쳐 2010년 부사장, 2015년 12월 통합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오르기까지 브랜드 육성, 디자이너와 그 브랜드 영입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비이커는 영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스트리트 브랜드가 가장 선호하는 국내 플랫폼이다. 노앙(2012년~), 아더에러(2014년~), 렉토(2015년~), 스테레오 바이널즈(2013년~) 등이 상위권이다. 비이커는 코로나19 속에서도 타격이 크지 않았다. 올해도 삼성물산 전반 실적 개선 속 매출은 전년 대비 30~40% 확대됐다.
삼성물산 신진 디자이너 발굴 노력은 2005년 11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설립으로 가시화했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망한 국내 디자이너를 발굴·후원해해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수백만 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준지'(2007년~) 정욱준 상무 등을 키워낼 수 있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2003년 제일모직이 '구호'(1997년~)를 인수하면서 영입됐는데 알려진 것처럼 이때 영입을 주도한 게 바로 이서현 전 사장이다.
◆ 이서현 재임 중 '메종키츠네·르메르' 등 편집숍 거쳐 단독 매장...'신진 디자이너·스트리트 브랜드'도 구색
현재 매출이 집중된 메종키츠네·르메르·톰브라운(골프) 등은 이 전 사장이 재임 기간 론칭한 브랜드들이다. 2018년 가로수길 단독 매장을 낸 메종키츠네(비이커)와 2015년 매장을 낸 르메르(10 꼬르소 꼬모 서울)는 모두 편집숍을 통해 선보였다.
20~30대 MZ세대가 선호하는 신명품 아미(2011년~)와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2018년~) 성장이 올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아미 매출은 전년 대비 2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메종키츠네도 80%, 르메르 130%, 톰브라운은 30% 매출이 늘었다.
이는 2016년 컨퍼런스 등 취임 직후부터 공식적으로 MZ세대를 강조한 이 전 사장의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 성장 지향점은 MZ세대다. 남여성복·캐주얼 등 수익성을 극대화하되 고객 경험 차별화에 적합한 에잇세컨즈(SPA), 비이커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전략은 코로나 사태 속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구매 불편을 최소화하며 소비자 유입을 늘린 결과 지난 한 해 SSF샵 매출은 전년 대비 60% 늘었다.
이서현 전 사장의 에잇세컨즈도 온라인 강화에 나선 상태다. 중국, 명동 본점 등 오프라인은 철수하고 있지만 2017년 흑자 전환 이후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는 삼성물산 주력 브랜드다. 신규 고객 유입도 꾸준하다.
급변하는 패션업계에서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뛰어난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홍라희 시대'를 넘어 리움 '시즌2'를 이끄는 이서현 전 사장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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