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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카드업계 고육책 오픈페이] ①“이러다 다 뺏긴다”…빅테크 매공에 연합전선 친 카드업계

신병근 기자 2021-08-17 06:00:00

한 카드 앱서 모든 결제내역 조회ㆍ승인취소 가능

네이버ㆍ카카오 플랫폼에 맞설 카드 콘텐츠 관건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제공]

[데일리동방] 전통 카드사들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간편결제 시장을 잠식한 빅테크(대형 정보통신업체)에 맞설 ‘연합 작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은행권 오픈뱅킹 서비스와 유사한 이른바 ‘오픈페이’ 구축을 위해 카드사들이 머리를 맞댔으나 점차 확대되는 빅테크발 플랫폼 경쟁력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현재 2억5000만원 규모의 ‘카드사 간 상호 호환등록을 위한 연동규격 및 표준API 개발 추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입찰 공고를 내 조만간 사업자가 확정되면 계약 체결일부터 최대 3개월간 표준API를 개발하고 이르면 내년 초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오픈페이는 카드사마다 운영 중인 어플리케이션(앱) 규격을 통일해 하나의 앱에서 모든 결제내역을 조회하고 승인 및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식 출시될 경우 이용자들은 신용·체크·선불카드 등 흩어져 사용 했던 카드 정보를 한 앱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들이 오픈페이에 주력하는 것은 그간 업계에 제기됐던 고객 편의성 강화라는 표면적 이유를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짜 숨겨진 속내는 빅테크에 내어준 결제시장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 오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카드사들과 빅테크의 성장 속도는 시장점유율과 이용실적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 자료를 보면 카카오와 네이버 등 전자금융업을 자회사로 보유한 빅테크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46%로 4년 전(27%) 대비 수직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카드사가 포함된 전통 금융사의 비중은 57%에서 30%로 줄었다. 작년의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의 경우 전자금융업자는 2052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치솟았으나 금융사 실적은 1300억원대로 증가폭이 감소한 실정이다.

특히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비대면 금융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모바일·온라인 결제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MZ세대(20~30세대)는 물론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기존 카드사 앱 보다는 빅테크와 핀테크(금융기술업체) 앱을 주로 사용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들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카드사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양상이다. 고객이 먼저 상품을 구매하고 원하는 날짜에 후불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4월부터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듯 치고 나가는 빅테크에 맞서기 위해 여신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최근 카드사들은 ‘카드사 모바일 협의체’ 회의를 열고 오픈페이 사업 추진에 동의했다. 범용성을 넓혀 고객 이탈을 최소화한다는 밑그림이지만, 오픈페이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 제기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하나의 앱에서 다른 회사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개방 시스템(오픈 페이)에 합의했고 올해 11월쯤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 서비스를 선보이면 카드별 연동이 가능해 오픈뱅킹처럼 고객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카드사 임원은 “빅테크 잠식이 현실이 된 상황인데 단순히 회원(카드)사들이 뭉친다고 점유율면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며 “무작정 플랫폼을 흉내내기 보다는 카드사별 콘텐츠 강화에 집중해 페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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