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달리 숙취해소제가 발달한 나라다. 음주를 즐기는 것에 비해 주량이 세지 않은 인종적 특징에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알코올분해장애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다. 알코올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는 장애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중 약 35%가 알코올분해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이노엔(inno.N)이 개척했다. 이노엔은 1992년 3040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컨디션을 출시했다. 당시 2500원이란 비싼 가격에도 출시 첫해에만 1000만병이 팔렸다.
1992년 100억원 규모였던 숙취해소제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해 2019년 약2500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출시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타깃을 MZ세대로까지 넓혔다. 지금까지 숙취해소제 시장은 그 목적이 뚜렷해 연령대가 높게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가벼운 음주 문화가 형성되면서 2030 세대 역시 숙취해소제를 찾기 시작했다.
30년간 숙취해소시장을 이끈 컨디션만의 브랜드 자산을 강화하면서 광고모델, 콘셉트, 제품 디자인은 MZ세대의 취향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제품 라벨 전면에 ‘대한민국을 확 깨운 30년’이라는 슬로건을 넣어 국내 숙취해소시장의 선봉장임을 강조했다. 또 기존 컨디션보다 밝은 배경에 광고 모델 박서준의 사진을 넣어 주목도를 높였다.
김종길 이노엔 음료사업본부장은 “최근에는 MZ세대를 겨냥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컨디션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컨디션이 세대를 뛰어넘은 숙취 해소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잡도록 했다”고 말했다.
제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양사가 출시한 상쾌환을 시작으로 환이나 젤리 형태 제품이 등장, 관련 시장이 커졌다.
상쾌환은 누적 판매량 1억포를 달성했고 농심도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숙취해소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환 제형의 간만세를 선보였다. 컨디션도 '컨디션환EX'를 리뉴얼 출시하고 환 경쟁에 뛰어들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휴럼은 젤리 타입의 숙취해소제인 ‘아모케 티도안나젤’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음주 전후 30분에 섭취하며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젤리 타입이다. 역시 젤리 타입인 레디큐 시리즈는 출시 이후 한독의 주요 제품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숙취해소 뿐 아니라 부가기능까지 챙긴 제품도 등장했다. 대웅제약은 최근 피로해소제 ‘우루샷’을 출시했다. 기존 ‘우루사’ 브랜드를 활용한 스핀오프 제품인 만큼 우루사 주성분인 우루데옥시콜산(UDCA)을 비롯해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B6, 비타민E, 아연 등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피로해소제이지만 숙취해소제 시장도 함께 겨냥했다. 제품 출시 기념으로 진행한 댓글 이벤트 문구인 ‘댓글이벤트 참여하고 회식 전후 더욱 간(肝)편한 우루샷 받으세요’를 봐도 알 수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피로에는 음주로 인한 숙취, 과로, 운동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우루샷은 함유된 성분의 효과로 여러 피로 상황에서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우루샷은 의약외품이다보니 구성 성분의 함량 기준이 다르고, 포장단위도 하루 복용량 2정들이 소포장으로 들어있어 우루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단 좋은 편이다. 제형과 가격, 효능 별로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중론이다.
평소 업무 차 접대가 많다는 중소기업대표 유대성씨(46)는 “휴대가 편한 환 형태 숙취해소제를 즐겨 먹지만 급할 땐 좀 더 흡수가 빠른 것 같은 음료 형태를 먹기도 한다”며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 이것저것 먹어보며 효능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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