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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남양유업 비대위, '최대 주주 오너 일가' 벽 넘을까

문은주 기자 2021-05-10 18:13:46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쇄신안 논의…비대위원장은 정재연 세종공장장

오너일가 지분 50% 넘어…실효성 있는 대책 기대하기 어려워

최대 피해자는 원유 납품 농가… 피해 대책 마련 시급

[사진=남양유업 제공]


[데일리동방] 자사 발효유제품 불가리스의 효능을 과장했다가 역풍을 맞은 남양유업이 벼랑 끝 대책을 내놨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소유-경영권 분리 등 경영 쇄신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대위 활동 기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데다 단독 오너 체계가 오랫동안 유지돼온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비대위원장은 정재연 공장장

비대위 체제는 지난 7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비대위원장은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정재연 공장장(부장급)이 맡기로 했다. 그 외 정확한 인적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표이사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범 대표이사는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법적 절차에 따라 후임 경영인이 선정될 때까지 현재 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비대위 구성과 활동 기한 등은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지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경영진 측에 실질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최대주주의 소유와 경영 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최대 주주는 51.68%를 보유하고 있는 홍원식 회장이다. 홍 회장의 배우자(0.89%)와 동생 홍명식 씨(0.45%) 등 일가 주식을 합하면 53.08%에 이른다. 회사에서 중역을 맡고 있던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전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과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의외로 남양유업 보유 지분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해 초만 해도 보유 지분이 없더라도 업계 특성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장남인 홍 상무의 경영 승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실제로 홍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모든 것에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의 장남이자 남양유업의 경영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해온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의 회삿돈 유용 의혹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홍 상무는 지난 달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보직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유제품 '불가리스', 사진=남양유업 제공]


◆"최대 주주, 공격 받을 가능성 적어"... 최대 피해자는 원유 납품 농가

향후 이사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경영 쇄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 가운데 3명이 홍 회장가 홍 회장의 모친 지송죽 씨, 홍 회장의 아들 홍진석 상무로 구성돼 있다. 비대위 체제로 가더라도 기존에 공고히 쌓아 올린 폐쇄적인 경영 지배구조가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개인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60% 이상인 기업들은 최대 주주의 경영권이 강력해 다른 주주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XO연구소가 국내 상장사 2500여곳을 대상으로 주식 지분을 50% 넘게 가진 개인 최대 주주를 파악한 결과 34명이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 주주 지분이 50% 이상인 34개 상장사 중 작년 매출액(개별·별도 기준)이 가장 많은 기업은 남양유업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360억원으로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5천억원을 넘었다. 홍 회장은 이들 34개 기업 중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최대 주주로도 꼽혔다.

지난 4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는 했지만 당분간 경영 일선에 입김을 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수습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이다. 10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 농업축산과에 '남양유업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될 경우 지자체와 낙농업계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종공장은 남양유업 제품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종업원은 470여명에 이르고 납품 낙농가는 전국 200여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4월 13일 한 심포지엄에서 자사 제품 불가리스의 효과를 발표했다가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반박이 나오면서 역풍을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과장 광고 등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도 다시 불붙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홍 회장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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