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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이 고객과 협의해 대출 원금 받으라는 당국”…부실 대출 ‘어쩌나’

신병근 기자 2021-04-09 10:54:36

중기·소상공인 만기 연장…상환방법은 차주 선택

불명확한 지침에 업계 대혼란 "누가 일찍 갚겠나"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금융당국이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부 정책을 둘러싼 불명확한 기준 때문에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데일리동방]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출 만기 연장 정책이 시행 중인 가운데, 원금 상환과 관련해 시중은행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자율권한만 인정해주고 상환 방법과 기간 등의 세부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시중은행의 부실 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였던 시한을 오는 9월까지 연장했고, 이달 1일부터는 은행들을 상대로 시중은행이 차주와 상환 방법 등을 놓고 협의하라는 ‘원리금 상환 컨설팅’을 주문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원리금 상환 컨설팅’을 지시한 데 있다. 컨설팅을 받으려는 차주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차주가 상환 방법과 기간을 선택한다’는 원칙 외에는 별다른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은행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차주의 권한을 당국이 보장했기에 대다수 차주는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상환 기간을 길게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종식이 불확실한 시점에서 대부분의 차주가 신속하게 원금을 상환하려 하지 않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기·소상공인 지원에는 공감하지만 무작정 차주 위주의 컨설팅만 하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세부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주가 20년, 30년짜리 초장기 상환을 고집한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 대출 리스크를 계속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점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대응 매뉴얼이 사실상 없어 난감하다”며 “시한폭탄과 같은 대출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에 업계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부실 대출에 관한 별도의 보증이 없다면 은행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앞서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제기된 각종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한편, ‘코로나 대출’ 원금 상환 기간을 3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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