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오는 19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만기는 3년물(400억원), 5년물(800억원), 7년물(300억원)로 구성했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0.2~+0.2%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발행물량 중 5년물과 7년물은 ESG채권으로 친환경 자동차 구매(2500억원)에 쓰인다. 롯데렌탈은 올해부터 ‘밸류업’을 키워드로 한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채권발행은 그 의지를 나타내는 첫 행보라 할 수 있다.
롯데렌탈 신용등급은 ‘AA-, 부정적’이다. 등급이 강등되면 비우량채로 전락하게 돼 조달금리 또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우량채(AA급 이상)와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고히 갈린다.
신용도가 불안한 이유는 가파른 부채규모 증가와 수익성 부진이다. 롯데렌탈은 렌터카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나 경쟁심화에 따른 렌탈료 하락, 차량 유지 관리비 등 고정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
렌탈업은 금융업과 같아 부채 축소가 쉽지 않다. 차입을 줄이면 오히려 성장을 제한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끌어들인 부채와 이를 통해 사들인 영업자산 규모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탓이다. 따라서 증가하는 부채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경영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 상승이 렌탈업에 부정적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렌탈업체가 금리상승 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다만 섣불리 렌탈료를 인상하면 고객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렌탈업은 시장금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자체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첫걸음이다. ESG채권은 일반채권 대비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조달비용이 낮은 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다. 발행 기록을 쌓을수록 투자자들로부터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쟁사인 SK렌터카는 AJ네트웍스를 인수해 시장점유율 기준 롯데렌탈을 바짝 추격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최신원 SK네트웍스(SK렌터카 모회사) 회장 구속(비자금 조성·횡령혐의)으로 좌불안석이다. 롯데렌탈이 이번 ESG채권 발행을 시작으로 2위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렌탈이 ESG채권 발행을 앞둔 가운데 경쟁사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상황”이라며 “당장 두 기업 간 조달금리 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ESG채권 발행 기록과 이미지 제고 등에서 양사에 대한 시장평가가 갈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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