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제주항공이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2호 기업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불확실성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장세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감시 대상에 신규 편입됐다. 경영정상화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데 지배구조에 대한 또 따른 고민까지 쌓이게 됐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지난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2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다.
채권단과 기안기금으로부터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연 6% 수준으로 추정되는 기안기금 이자조차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해 뽑은 신입 직원을 출근도 유예하고 비용 감축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있지만, 최근 고민이 한가지 더 늘었다. 지난 9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사익편취 감시 대상 기업이 된 것이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감시 대상 기업은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 또는 그 계열사가 50% 넘는 지분을 가진 자회사까지도 감시 대상에 포함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애경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은 없지만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53.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 애경그룹 총수 일가가 AK홀딩스 지분 46%를 갖고 있어 개정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신규 감시 대상이 된다.
공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현재 AK홀딩스와의 내부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더라도 바로 규제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연간 총액 200억원을 넘는 거래가 발생하는 등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생길 경우 조사와 상응하는 규제를 받게 된다.
지금은 제주항공의 재무적 긴급성을 고려해 AK홀딩스가 제주항공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거래가 생기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제주항공이 경영 정상화를 이룬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제주항공에 유리한 형태의 현금 지원뿐만 아니라 △AK홀딩스가 지주사로서 경영·리스크·법무 관리를 대행하며 용역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경쟁사 비교 없이 계열사의 화물 운송을 제주항공에 맡기는 경우 △부동산을 저렴하게 임대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유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로 내년 하반기에는 통합LCC가 출범할 가능성에 큰데 정상화 후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이 더 필요한 제주항공으로서는 내후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개정으로 AK홀딩스와의 거래가 막히면 통합LCC와 맞붙어야 하는 제주항공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 측은 사익편취 감시 대상 편입에 대해 “앞으로 법이 보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AK홀딩스가 50%를 초과하는 제주항공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3.39%가 넘는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통과로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고, 일반 주주도 5% 이상의 지분을 가지면 경영 참여 선언 없이 이사 해임 건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우호세력에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총 6%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껏 정상화한 경영이 투기자본에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 4곳은 지난 14일 공동성명을 내 경제 3법 등에 대한 보완 입법 반영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16일 오전 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통해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며 재계의 우려와 요청을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당면과제는 경영 정상화지만 통합LCC와의 경쟁, 사익편취 규제 리스크도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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