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중 그룹의 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신용등급이 책정된 비금융 계열사는 △롯데건설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물산 △롯데자산개발 △호텔롯데 등 5곳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롯데건설과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의 통합신용도가 하향될 경우 그룹의 지원가능성 여부가 재검토돼 신용평가에 다시 반영될 전망이다.
그룹 통합신용도는 핵심 계열사의 신용도와 비중을 가중평균한 개념이다. 지주사 등급을 산출하거나 계열사들에 대한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전체 매출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0%, 12%로 높은 핵심 계열사인 데다가 두 계열사 모두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통합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5대 그룹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실적이나 향후 대응력에 가장 약점을 보인 곳은 롯데그룹"이라며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등급이 하향될 경우 롯데그룹 통합신용도의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호텔롯데의 신용도가 강등된 것은 롯데그룹 통합신용도 하향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이다. 앞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4일 호텔롯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호텔·면세시장 수요가 급감한 채로 장기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 하향조정 사유로 제시됐다.
롯데그룹 통합신용도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롯데쇼핑도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거센 상황이다. 추석 특수 등으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6.8% 증가한 1110억원을 기록하는 등 상반기 대비 실적이 회복됐지만,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3844억원에서 1646억원으로 여전히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익창출력은 약화된 반면 차입부담은 늘면서 재무안정성은 저하되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주요 재무지표 중 하나인 EBITDA 대비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6.7배를 기록, 하향검토 요건(7배)에 육박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유통사업이 크게 부진해지면서 롯데쇼핑은 국내 신평사 3사로부터 줄줄이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았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해가는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올해 4월 '롯데온'을 런칭하는 등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프로모션 비용 부담 등으로 3분기에도 영업적자 284억원을 기록하는 등 온라인 채널 안정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유통업의 구조 전환 이슈에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대응하고 있는 점도 부진 요인 중 하나"라면서 "상대적으로 열위한 온라인 채널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수익성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 향후 3년간 200개의 점포를 구조조정(폐점·리뉴얼·임대 등)하는 등 대규모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수준에 대해 점검하고,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 수준에 대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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