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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조원태 손 들어준 産銀…주주연합 "혈세 낭비, 법적대응"

이성규 기자 2020-11-16 17:09:14

산은 지원으로 조원태ㆍ주주연합 간 지분율 역전

"산은, 조원태ㆍ조현아 간 경영권 분쟁 끝낸다 판단"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에 공정성 논란 대두

[사진=대한항공 제공 ]

[데일리동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추진되는 가운데 자금지원 방식을 두고 KDB산업은행과 주주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주연합 측은 산은이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할 당시부터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만큼, 주주연합을 배제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세력이 필요했던 만큼 이번 딜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1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통합 국적 항공사 출범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먼저 산은은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0억원을 투입한다. 교환사채(EB, 기초자산 대한항공) 3000억원도 인수해 총 8000억원을 지원한다.

한진칼은 2조5000억원 규모 대한항공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에 할당된 몫은 약 7300억원이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3월13일로 다소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산은으로부터 받은 8000억원을 우선 대한항공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유증 성공 시 아시아나항공 신주 1조5000억원, 영구채 30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 규모를 인수해 최대주주(지분율 63.9%)가 된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3조5400억원(2400억원은 기안기금),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채권단 입장에선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다.

당시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이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면 올해 5월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증과정에서 확보한 3000억원 규모 신주 전량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하는 내용이다.

채권단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현재 주주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지분율은 46.7%로, 조현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보유한 41.3%보다 5%포인트 이상 많다. 특히 반도건설이 계열사까지 동원해 적극 지분확보에 나서면서 채권단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소식이 전해지자 KCGI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진그룹이 이 제안을 수용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동시에 국민 혈세로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주주연합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빅딜'이 끝나면 주주연합 지분율은 약 40%로 줄어들고 조원태 측과 산은의 합산 지분율은 약 47%가 될 것으로 예상돼 전세가 역전된다.

산은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끝낼 수 있다는 판단에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 지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진그룹 측은 2조원 자금 마련을 위해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유증 등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항공업 전망에 추가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산은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 유증은 향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 오버슈팅한 상태"라며 "사업을 위한 것이라면 대한항공이 직접 유증을 해도 무방하지만 한진칼이 자금을 수혈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진칼 가치가 고평가 됐다고 해도 경영권 분쟁 종식에 따른 주가 하락은 산은과 한진그룹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된다"며 "주주연합은 물론 여타 주주들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산은과 한진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슈로 현대차와 기아차 통합 사례도 재조명 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례가 될 것이란 시나리오는 KCGI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조심스럽게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당시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변했지만 이 소문은 최근까지도 업계를 지속 맴돌았다.

실제로 강성부 대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굳이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한진칼에 지원하고 제3자 배정을 통해 일반 주주참여를 배제하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KCGI 관계자는 "강 대표도 두 항공사의 통합을 환영한다"면서도 "자금이 필요한 것은 대한항공이지 한진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은이 일방적으로 한진그룹 편에 서는 등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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