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기업은 그 공과에 따라 세계시장 1위, 갑질 기업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다. 하지만 성과나 잘못과는 관계없이 혼사(婚事)만으로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받은 기업도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전직 대통령 3명과 혼사로 인연을 맺은 효성그룹, 그 기업의 얘기다.
효성그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사돈의 사돈으로 연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의 동생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이 전 대통령과 사돈을 맺었다. 이 외에도 효성家와 혼맥으로 이어진 정계 인물은 의원부터 장관까지 다양하다.
만우(晩愚), 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호다. 늦되고 어리석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가 일군 사업과 혼맥을 보면 그저 겸손을 표현한 호일 뿐이다. 정·재계를 두루 잇는 효성家 혼맥을 파헤쳐 봤다.
▲ 진주 명문家와 혼사...이병철 회장과 삼성물산 기틀 세워
故 조홍제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1906년, 경상남도 함안 대지주였던 아버지 조용돈 씨와 어머니 안부봉 여사의 2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 조용돈 씨는 한학에 조예가 깊은 선비였다. 조 창업주 역시 부친을 따라 한학을 공부했으며, 유교적 가풍의 영향으로 15세에 진주의 명문가인 하세진 가문의 하정옥 여사와 결혼했다.
신학문을 배웠던 하정옥 여사의 영향으로, 조 창업주도 결혼 이후인 17세부터는 신식학문을 배웠다. 이후 19세에 중앙고등보통학교(당시 중·고교)에 입학했지만, 4학년 2학기였던 1926년 벌어진 6·10만세 운동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간다.
1928년에 도쿄대학 법정대학에 입학했고, 30세가 된 1935년에야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군북산업조합을 인수, 군북산업주식회사(郡北産業株式會社)를 설립해 정미업을 운영했다. 5년 후에는 군북산업주식회사 사장직을 지인에 맡기고 서울로 올라와 이병철 회장과 공동출자로 삼성물산공사(三星物産公司)를 설립해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때가 1948년이다.
조홍제 창업주의 회고록 ‘나의 회고’를 보면, 이병철 회장의 형 이병각 씨와 친구였던 조 창업주는 당시 자금난에 처한 이병철 삼성물산 사장에게 800만원의 거액을 빌려줬다. 이후 조 창업주는 이병철 회장의 요청으로 1000만원을 더 투자했고, 이 회장이 여기에 자신의 돈을 합쳐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하면서 조 창업주와 이 회장은 사업을 함께했다.
당시 자산 규모가 1700만원이었던 삼성물산은 조 창업주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3년 만에 4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다.
이후 조 창업주는 삼성물산 부사장, 제일모직 부사장, 제일제당 사장을 역임하며 삼성그룹 성장에 힘을 쏟았다. 56세이던 1962년 9월에서야 삼성그룹을 떠나 효성물산 독자경영에 나선다. 이병철 회장이 동업 청산을 요구해서다.
3억원과 한국타이어·한일나이론 지분 등을 받고 삼성과의 관계를 청산한 조 창업주는 효성물산을 키우며 조선제분을 인수했다. 그러나 곧 제분업에서 손을 뗀다. 대신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조 창업주는 효성의 전신 동양나이론을 설립하고 한영공업·효성금속·울산알미늄을 인수하며 1970년 중반부터 효성그룹을 10대 재벌로 끌어올렸다.
▲ 딸은 대지주家, 아들은 장·차관家와 혼인
조 창업주는 뛰어난 경영 능력만큼이나 혼사를 꾸리는 안목도 탁월했다. 조 창업주는 하정옥 여사와 3남 2녀를 뒀다. 조석래·조양래·조욱래 형제와 조명숙·조명률 자매다.
이 중 장녀 故 조명숙 씨와 차녀 명률 씨는 조 창업주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인근 대지주 집안으로 출가했다. 장녀인 명숙 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후 경남 진양의 대지주였던 허정호 씨와 결혼했다. 결혼 당시 세브란스의전(현 연세대 의대) 학생이던 허정호 씨는 후에 서울신한병원 원장을 지냈다. 명률 씨는 경남 산청의 대지주 권동혁 씨의 장남 병규 씨와 결혼했다.
아들 혼사에는 더 신경을 썼다. 장남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송인상 전 재무부장관의 셋째 딸 송광자 여사와 결혼했다. 차남 조양래 회장은 홍긍식 전 변호사협회장의 딸 홍문자 여사와 혼인했다. 막내아들인 조욱래 전 DSDL 회장은 김종대 전 농림부 차관의 딸 김은주 여사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전 재무부 장관과 농림부 차관을 동시에 사돈으로 둔 것이다.
▲ 조 창업주 동생 조성제 前사장, 형만큼 탄탄한 혼맥 일궈
조홍제 창업주의 동생인 故 조성제 대전피혁 전 사장도 형에 뒤지지 않는 혼맥을 만들었다. 조 전 사장은 정정윤 여사와 5남 3녀를 뒀다. 조성제 회장 3남인 경래 씨는 홍재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자녀인 애수 씨와 결혼했다. 경래 씨의 손윗동서는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 회장의 차남 故 구자승 LG상사 사장이다.
효성家와 LG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래 씨의 사촌인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을 맺었는데, 故 구인회 창업회장의 4남인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과 사돈이었기에 겹사돈 관계가 됐다.
조 전 사장의 4남 익래 씨는 원용필 전 한국타이어 사장의 딸 정선 씨와 혼인했다. 원 전 사장은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의 동생이다. 장녀 조정숙 씨는 정종철 전 서울 시장의 아들 창순 씨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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