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전일 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제16차 위원회를 열고 LG화학 배터리부문 분사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부문 분사 안건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LG화학 2대주주인 국민연금(10.6%)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 의견을 밝힌 데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LG화학은 예상 외 변수에 맞닥뜨렸다는 반응이다.
사건 발단은 배터리 분사 방식이 물적분할이라는 데 있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100% 자회사로 두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지만 분사로 인해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급기야 LG화학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분할을 한다면 인적분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적분할 시 LG에너지솔루션 주주 구성비율은 분할 전 LG화학과 동일해지고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지분율 만큼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갖게 된다.
국민연금은 LG화학 분할계획과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지분가치 희석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강조했다.
LG화학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 3부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LG화학은 그룹 지주사인 ㈜LG가 최대주주로 33.3%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연금 외 외국인투자자(38%)와 국내기관, 개인투자자자 등이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 의견에 대거 동의하지 않는다면 해당 안이 통과되는 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물적분할에 성공해도 LG화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사를 통해 LG화학 기업가치가 제고된다고 해도 이는 ‘미래’의 일이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을 위한 충분한 명분을 ‘당장’ 확보해야 한다.
◆주주 설득 논리 명분 약화···사실상 ‘사면초가’
물적분할이 인적분할보다 유리한 가장 큰 이유는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이다. 인적분할 시에는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 유치가 제한된다. 특히 부채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LG화학과 ‘한 몸’으로 취급되는 물적분할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조차 LG화학이 투자자들을 설득시킬만한 논리가 되지 못할 수 있다. 역으로 보면 물적분할은 LG그룹이 배터리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주주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모습이다. 인적분할 시 LG에너지솔루션 최대주주가 되는 ㈜LG가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즉 LG그룹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통제권을 쥐면서도 투자부담은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 등과 마찬가지로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어떤 주체가 얼마만큼의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가 승패를 가른다. 전기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대에 돌입한 만큼 현재는 생산력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이 또한 LG화학이 빠르게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 요인다.
문제는 배터리 산업 진입장벽이 높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빠르게 생산력을 확보하면 시장점유율은 늘어날 수 있는 반면 경쟁이 심화되면서 부가가치 창출 규모도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향후 2차 전지 공급 과잉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다. ‘치킨게임’과 역사를 함께한 반도체 산업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밋빛 전망’ 대비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적분할, 기업가치 제고 장담 어려워
LG화학이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은 주주 통제권을 제외하고도 다분하다. LG그룹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기업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과거 LG화학에서 인적분할로 떼어져 나왔다. 인적분할이 투자자금 유치가 어려워 성장하지 못한다는 논리가 통하기 어려운 셈이다. 특히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역할이 두드러졌던 만큼 최고경영자(CEO) 능력 문제로 직결된다.
물적분할이 기업가치 제고를 보장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는 국내 지주사들이 ‘만년 저평가’를 받는 것과 유사하다. 지주사 저평가에는 다양한 이유가 지목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현금흐름 부족이다. 외부자금 유치 과정에서 자회사들에게 대한 지배력이 점차 낮아지는 탓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신사업을 계속 발굴해야 하는 숙명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외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IPO 등을 활용하면 LG화학 지배력은 점차 낮아지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성장을 지속해도 지분율이 점차 축소되면 LG화학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줄어든다. 물론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유치와 이에 따른 성장이 LG화학 가치제고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LG화학이 직접 신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LG그룹 입장에선 배터리 생산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자금조달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물적분할이 가장 적합한 방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간 LG그룹이 보여준 행보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적분할 후 유상증자를 하면 ㈜LG도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회피하려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