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SK E&S가 5048억원의 대규모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SK E&S가 오는 14일 모회사 ㈜SK에 5048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SK E&S가 지난 4월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매각을 통해 1조8101억원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약 28%에 달하는 금액이 배당으로 빠지게 되는 셈이다. SK E&S는 지난해 SK에 총 73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SK 배당수익 9970억원의 7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무디스는 "중간배당은 SK E&S의 재무 정책이 모기업 SK 지원에 무게를 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SK E&S의 신용도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도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지난 10일 SK E&S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낮췄다. S&P는 SK E&S가 연이은 대규모 배당에 따른 현금 유출이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신평사에 이어 국내 신평사들도 SK E&S의 신용등급 강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K E&S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평가한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중간배당으로 지분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일부 희석됐다"며 "신용도 하방압력이 확대된 것으로 기업어음 정기평가 시점에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한기평이 지난해 6월 SK E&S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점을 감안하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내포된 상황이다.
신용등급 핵심지표 중 하나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2.5배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차입금의존도는 40.8%에 달해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30%)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분매각으로 차입금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면서 그동안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또다시 대규모 배당이 이어지면서 등급을 지탱할 수 있는 근거가 희석됐다.
조원무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SK E&S에 차입금 규모에도 불구하고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한 것은 차이나가스홀딩스 등 시장가치가 높은 자산을 확보하고 있어 차입금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라며 "지분매각 금액이 배당으로 흘러가면서 재무부담이 고스란히 남아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실적을 보면서 배당의 영향 등을 검토해 신용도 재평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평과 달리 SK E&S에 대해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했던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번 중간배당 결정을 계기로 입장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르면 이달 중 SK E&S에 대한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송미경 나신평 기업평가2실장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이 배당으로 쓰이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진행했던 자산매각 대금이 배당으로 유출된 것은 예상과 사뭇 다른 전개"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SK E&S 등급전망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검토한 결과를 최대한 빠르게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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