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팁은 가게로 전달되며, 배달의민족이 수취하는 비용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팁 안내'에 표시한 문구에 음식점 점주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점주가 배달팁을 원하는 대로 부과해 몽땅 가져가는 것처럼 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점주는 '배달팁은 가게로 전달되며, 가게는 배달업체에 배달팁을 지불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주장했다.
배달앱에 입점한 가맹점 대부분은 적게든 많게든 배달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을 대행하는 '배민라이더스'를 쓴다고 가정할 때 건당 배달 비용은 2900원. 이중 배달팁이 1000원이라면 소비자가 1000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1900원은 가맹점이 부담한다. 만약 배달팁이 0원이면 가맹점이 2900원 전체를 부담한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팁이 낮은 가맹점을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가맹점이 울며 겨자먹기로 배달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몇 음식점주는 "남는 게 없다"면서 "열심히 일해서 배달앱 주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배달의민족은 "가게를 좀더 노출하고 싶은 사장님이 자발적으로 배달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달앱,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
배달앱은 외식배달 음식점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8월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 조사에 따르면 외식배달 음식점 92.8%가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있다. 요기요에 입점한 업체 비율은 40.5%, 배달통은 7.8%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이후 배달앱을 통한 결제는 크게 늘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주요 배달앱에서 만 20세 이상 결제한 금액은 1조205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배달앱에 입점한 음식점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입점 업체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배달앱은 광고비로 노출을 조정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앱 할인쿠폰 제도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배달의민족 가맹점은 1000원부터 3000원까지 할인쿠폰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배달의민족,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부가 할인쿠폰 비용을 부담했지만 제도가 자리잡으면서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A씨는 "연중 내내 할인 쿠폰을 주는 업체에 주문이 몰리면서 쿠폰을 제공하지 않는 가게 주문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경쟁 구도를 만든 건 소상공인이지만 플랫폼을 이렇게 구성한 배달앱이 문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 대표 광고정책인 '울트라콜' 깃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맹점이 기본 거리 3km 이상의 고객에게 가게를 노출하기 위해서는 깃발을 구매해야 한다. 상위 노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깃발은 한개당 월 88000원이고 복수 구매가 가능하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깃발을 3개에서 10개까지 늘렸는데 15개씩 사용하는 가게도 있다 보니 노출에서 밀려나고 있다"면서 "광고비를 매출 10%로 잡았는데 그 정도로는 광고 효과를 못 보고, 더 늘리자니 엄두가 안 난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가맹점에서 쓰는 배달앱 관련 비용은 매달 인건비 비율과 맞먹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지난 3월 한 떡볶이배달전문점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배달앱 매출이 전체 78.8%로 큰 몫을 차지했지만, 수수료 비용도 영업이익의 30%로 높았다.
배달앱 비중이 높지 않은 경우에도 부담이 컸다. 배달앱 매출이 전체 24%인 한 치킨집의 경우, 매출 대비 배달앱 수수료 비중은 2.4%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에서는 10.6%로 비중이 늘어났다.
수수료 부담을 덜고자 책자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을 찾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수수료가 낮은 포털 서비스만 이용해 왔던 한 음식점 점주는 일주일에 열 건 이하로 주문이 들어오는 등 부진을 겪은 뒤 결국 배달앱에 입점했다. B씨는 "배달을 하려면 배달앱에 입점하는 게 사실상 필수"라면서 "높은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이 있어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 국내 배달앱 98% 차지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주요 배달앱이 이처럼 배달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들이 보유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이 있다. 지난해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배달앱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로 증가했다.
공정위 심사 단계에 있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병까지 이루어지게 되면 독점 체제는 더욱 고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도 '시장 독과점' 여부에 초점을 맞춰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과점 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심사를 목전에 앞둔 배달의민족이 몸을 낮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최근 공격적으로 고객을 확보 중인 쿠팡이츠에게 길을 열어 주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면서 "장악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떨어트리는 것이 당장의 과제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배달기사에게 건당 최대 2만원 배달비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들이 쿠팡이츠에 몰리게 함으로써 배달대행업체 수수료를 줄줄이 인상하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 배달앱 관련 법령 미비...제재 사각지대
배달앱 독점 부작용이 나오면서 공정위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오프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규율 체계가 형성돼 있어 규율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공정위가 배달앱을 제재한 사례는 올해 6월 이루어진 2건에 그친다. 배달의민족에는 점주에게 적용하는 '갑질 약관' 시정을 요구했고, 요기요에는 지난 2013~2016년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배달 음식점에게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했다며 4억6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공정화법)'을 제정해 '배달앱 갑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확실한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국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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