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총 1940억원을 모으면서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만기별로는 3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2년물에 840억원, 7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1100억원이 모였다.
최근 건설사들이 공모채 시장에서 줄줄이 실패한 가운데 SK건설의 흥행은 업계의 호재로 평가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경기민감 업종인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게다가 신용등급별 양극화도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앞서 한화건설(A-)이 지난달 29일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 1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화건설뿐만 아니라 KCC(AA-), GS건설(A) 등에서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건설업 전망이 어두운 탓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세계 건설시장과 국내 경기가 위축되고, 부동산 규제 강화로 건설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투자자들의 투자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더불어 최근 회사채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A급 이상인 상위등급과 A급 이하인 하위등급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조금 더 안전한 상위등급 회사채를 선호하는 영향이다.
SK건설은 신용등급 ‘A-’ 하위등급에, 건설업종이라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모집액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 몰렸다. 시장은 SK건설이 당초 금리밴드 상단을 높인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고 분석했다.
SK건설은 회사채 희망금리를 시장금리보다 약 1%포인트 높은 2년물 최고 연 3.6%, 3년물 최고 연 3.8%로 제시했다. 이에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의 리테일 판매 수요를 공략했다는 평가다.
SK건설의 실적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SK건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25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626억원보다 두 배쯤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들의 생산공장 건설 등에 참여해 수주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2018년 867억원까지 줄었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2710억원으로 늘렸다.
한편,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A급 기업들의 오버부킹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꽁꽁 얼어붙은 투심이 녹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이번 SK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채에도 훈풍이 불 수 있을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SK건설은 증액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