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최근 롯데카드가 신임 대표로 조좌진 전 현대캐피탈아메리카 대표를 추천해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 출신인 그는 카드업계에서 유일하게 카드사 근무 경력을 지닌 CEO다. 카드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카드사 내부 CEO 선임 문화가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카드사 CEO들은 모두 비 카드사 출신으로 은행 출신이 다수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신한은행과 지주를 거쳤고,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KB국민은행과 지주, 생명보험을 거쳤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내정자는 삼성생명에서 오랜 시간 몸담았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오너 출신으로 현대종합상사, 현대정공과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을 거쳤다.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는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를 거쳤고,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우리은행을 거쳤다. 농협카드 이인기 사장 또한 NH농협은행을 거쳤고, 최근 BC카드 신임사장에 내정된 이동면 내정자도 KT에서 다양한 부서를 거친 인물로 카드사 출신이 아니다.
금융권은 카드사 자체 CEO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로 카드사가 은행이나 대기업의 자회사로 생겨나 대주주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과 카드업의 업력이 짧다는 점 등을 꼽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업이 가장 중요한 금융업이다 보니 은행 출신 인물에 힘이 실리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카드업이 과거 은행에서 하나의 사업부였고 업력도 30년 정도로 짧아 카드사 자체에서 CEO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계 카드사 또한 마찬가지다. 삼성카드의 경우 삼성그룹 내 위상이 큰 삼성전자 출신이 대표를 역임했고, 최근에는 지배구조상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생명 출신 인물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편에서는 출신뿐만 아니라 각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카드사는 마케팅, 재무, 기획, IT 등 각 카드사가 요구하는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을 CEO로 선호한다. 이 때문에 업력이 짧은 카드사보다는 은행 등 주요 계열사 출신이 최종 후보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업계는 롯데카드 대표로 추천된 조좌진 후보가 카드사 출신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략, 마케팅, 재무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이 추천에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마케팅과 재무는 카드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며 "금융권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재무 출신들이 강점을 보이는데 카드사는 안정적인 자금 흐름이 특히 중요해 재무 전문가 출신의 경영진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카드사 출신 CEO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증권업 정도는 내부 CEO 배출이 가능한데 카드업이 없는 것을 보면 시장에서 덜 인정받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전례가 많지 않고 카드업 전망도 좋지 않은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업 종사자 모두가 내부 CEO 배출을 바라고 있다"면서도 "대표 선임에 지주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 어렵다는 의견이 많고, 카드사가 몇 개 안 되다 보니 실무 쪽에서 다른 업계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특성상 카드업을 경험한 카드 출신 CEO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보니 CEO들도 여러 서비스를 빠르게 이해하고 지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향후 전문성을 갖춘 카드사 출신 CEO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카드업계에 잔뼈가 굵은 분들 위주로 업계 풀이 형성되면 카드사 출신의 여러 인물들도 향후 카드사 CEO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