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한화 약 72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의 원동력은 뭘까.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석권하며 인정받은 기술력은 기본이다. 초기 스마트폰 실패 이후 경쟁사 애플의 아류로 전락한 브랜드를 살리고자 사활을 건 노력이 기폭제가 됐다.
애플 따라잡기에 올인한 삼성의 마케팅 전략은 '차용'이었다. 최고경영자 등이 청중 앞에 직접 나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방식은 1순위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삼성 브랜드 가치는 가파른 성장세로 전환했다. 그 도화선은 삼성전자만의 마케팅DNA가 녹아든 블록버스터급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 언팩(unpack)’이다.
◆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시행착오… 애플과 어깨 나란히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연설을 마친 뒤 ‘갤럭시 언팩 2020’ 중계 카메라에 손을 뻗었다. 고화질 카메라 정체를 알게 된 청중은 환호했다. 갤럭시 S20이었다.
앞서 화면이 가로로 접히는 ‘갤럭시 Z 플립’으로 폴더블 초격차 지위도 재확인한 노 사장은 여유롭게 “땡큐”를 외치며 신고식을 마쳤다. 연설 중간 대형 화면에는 카메라 렌즈를 알파벳 O에 대입한 ‘Hello’를 띄우기도 했다. 헬로는 창과 아이콘 클릭 시대를 연 1984년 애플 매킨토시 화면에 적힌 단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남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2007년 1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주머니에서 꺼낸 전화기 한 대가 레이저와 블랙베리, 노키아폰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렸다.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자 애니콜 신화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삼성전자가 2008년 내놓은 대항마 옴니아 시리즈는 불편한 조작감과 버그로 비난 받았다.
뒤쫓아 가기 바빴던 추종자는(패스트 팔로워)는 2010년 3월 미국에서 열린 통신전시회 CTIA를 찾아 후속 제품을 발표했다. 행사 제목은 ‘삼성 모바일 언팩.’ 의구심 속에 열린 이 행사에서 신종균 당시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자랑스럽게 1세대 갤럭시 S를 소개했다. 이번엔 달랐다. 운영체제를 딱딱한 윈도우즈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로 바꿔 안정성을 높이고 반응 속도도 개선했다. 음울한 서곡은 끝났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는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를 합창했다.
이 시기부터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애플 발표 방식과 제품군을 차용했다. 아이폰에 갤럭시 S로 대응하고 아이패드에는 갤럭시 탭으로 맞섰다. 아이폰에서 전화 기능을 뺀 아이팟 터치에는 갤럭시 플레이어로 맞불을 놨다.
봄에 갤럭시 S 시리즈, 가을에 노트를 발표하는 방식은 2012년 시작됐다. 당시 애플은 ‘스페셜 이벤트’로 가을에 아이폰, 봄에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자체 운영체제 iOS와 macOS 등은 여름에 주최하는 세계 개발자회의(WWDC) 첫날 키노트(기조연설)에서 발표했다. 이 같은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팩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2013년에는 뮤지컬 형식으로 갤럭시 S4를 소개했지만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우들이 기능을 읊으며 카메라를 들면 삼성전자 관계자가 끼어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식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연출을 하지 않았다.
삼성 언팩이 ‘삼성 갤럭시 언팩’으로 바뀐 시점은 2015년이다. 갤럭시가 삼성 모바일 제품의 대명사로 굳어진 이때 삼성전자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 연간 영업이익은 10조1400억원이었다. 1세대 갤럭시 S가 나온 2010년 통신 부문 영업이익 4조3600억원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1995년 이건희 회장이 구미공장에 애니콜을 모아놓고 불태운 지 20년 만이기도 했다.
이제 갤럭시 차기작 유출 사진과 인터넷 생중계 발표는 일년에 두 번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이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패스트 팔로워 이미지가 강한 삼성이 선두주자 애플과 양강 구도 만들기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처럼 주기가 뚜렷한 행사를 차용한 점도 영향을 주었다.
물론 노트 시리즈에 스타일러스를 넣어 ‘패블릿(폰+태블릿)’시장을 넓히고 제품 방수도 먼저 적용하며 추월한 점도 라이벌 구도에 한몫 했다. 한편으로 웅장한 언팩 무대와 본론부터 시작하는 도입부 등으로 차별점을 뒀지만, 하얀 바탕에 제품을 부각하는 소개 영상은 여전히 애플을 떠올리게 한다.
애플 따라잡기에 올인한 삼성의 마케팅 전략은 '차용'이었다. 최고경영자 등이 청중 앞에 직접 나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방식은 1순위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삼성 브랜드 가치는 가파른 성장세로 전환했다. 그 도화선은 삼성전자만의 마케팅DNA가 녹아든 블록버스터급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 언팩(unpack)’이다.
◆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시행착오… 애플과 어깨 나란히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연설을 마친 뒤 ‘갤럭시 언팩 2020’ 중계 카메라에 손을 뻗었다. 고화질 카메라 정체를 알게 된 청중은 환호했다. 갤럭시 S20이었다.
앞서 화면이 가로로 접히는 ‘갤럭시 Z 플립’으로 폴더블 초격차 지위도 재확인한 노 사장은 여유롭게 “땡큐”를 외치며 신고식을 마쳤다. 연설 중간 대형 화면에는 카메라 렌즈를 알파벳 O에 대입한 ‘Hello’를 띄우기도 했다. 헬로는 창과 아이콘 클릭 시대를 연 1984년 애플 매킨토시 화면에 적힌 단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남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삼성전자는 선택과 집중,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계단에 올랐다.
2007년 1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주머니에서 꺼낸 전화기 한 대가 레이저와 블랙베리, 노키아폰을 도미노처럼 무너뜨렸다.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자 애니콜 신화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삼성전자가 2008년 내놓은 대항마 옴니아 시리즈는 불편한 조작감과 버그로 비난 받았다.
뒤쫓아 가기 바빴던 추종자는(패스트 팔로워)는 2010년 3월 미국에서 열린 통신전시회 CTIA를 찾아 후속 제품을 발표했다. 행사 제목은 ‘삼성 모바일 언팩.’ 의구심 속에 열린 이 행사에서 신종균 당시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자랑스럽게 1세대 갤럭시 S를 소개했다. 이번엔 달랐다. 운영체제를 딱딱한 윈도우즈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로 바꿔 안정성을 높이고 반응 속도도 개선했다. 음울한 서곡은 끝났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는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를 합창했다.
이 시기부터 삼성전자는 본격적으로 애플 발표 방식과 제품군을 차용했다. 아이폰에 갤럭시 S로 대응하고 아이패드에는 갤럭시 탭으로 맞섰다. 아이폰에서 전화 기능을 뺀 아이팟 터치에는 갤럭시 플레이어로 맞불을 놨다.
봄에 갤럭시 S 시리즈, 가을에 노트를 발표하는 방식은 2012년 시작됐다. 당시 애플은 ‘스페셜 이벤트’로 가을에 아이폰, 봄에 아이패드를 선보였다. 자체 운영체제 iOS와 macOS 등은 여름에 주최하는 세계 개발자회의(WWDC) 첫날 키노트(기조연설)에서 발표했다. 이 같은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언팩은 시행착오도 있었다. 2013년에는 뮤지컬 형식으로 갤럭시 S4를 소개했지만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배우들이 기능을 읊으며 카메라를 들면 삼성전자 관계자가 끼어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식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연출을 하지 않았다.
삼성 언팩이 ‘삼성 갤럭시 언팩’으로 바뀐 시점은 2015년이다. 갤럭시가 삼성 모바일 제품의 대명사로 굳어진 이때 삼성전자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 연간 영업이익은 10조1400억원이었다. 1세대 갤럭시 S가 나온 2010년 통신 부문 영업이익 4조3600억원에서 두 배 넘게 뛰었다. 1995년 이건희 회장이 구미공장에 애니콜을 모아놓고 불태운 지 20년 만이기도 했다.
이제 갤럭시 차기작 유출 사진과 인터넷 생중계 발표는 일년에 두 번 찾아오는 '크리스마스'이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패스트 팔로워 이미지가 강한 삼성이 선두주자 애플과 양강 구도 만들기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처럼 주기가 뚜렷한 행사를 차용한 점도 영향을 주었다.
물론 노트 시리즈에 스타일러스를 넣어 ‘패블릿(폰+태블릿)’시장을 넓히고 제품 방수도 먼저 적용하며 추월한 점도 라이벌 구도에 한몫 했다. 한편으로 웅장한 언팩 무대와 본론부터 시작하는 도입부 등으로 차별점을 뒀지만, 하얀 바탕에 제품을 부각하는 소개 영상은 여전히 애플을 떠올리게 한다.
◆ 아킬레스건은 S/W… 브랜드가치로 이어질지 주목
모바일 제품이 연일 화제를 부르면서 위기 해결 방식도 홍보 수단이 됐다. 2016년 출시된 갤럭시 노트7은 배터리 발화 사태로 수조원대 손실을 냈다. 출시 한 달 뒤 사과문을 내고 신제품 교환에 나선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보상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다음 기회를 노렸다.
외부 전문가에게 문제점 파악을 맡기고 내부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대안으로 안전성과 내구성 등 8가지 항목을 검사하고 핵심 부품 설계・검증・공정 관리를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 참여를 확대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내놓은 노트8은 출시 37일만에 100만대가 팔리면서 브랜드를 살렸다. 지난해 봄 발표한 갤럭시 폴드도 접히는 부분(힌지) 결함 등으로 출시를 미뤘다. 제품 보완에 주력한 삼성은 그해 가을 폴드를 출시했고 한정판매 수량 소진으로 품질 신뢰를 회복했다.
내내 발목을 잡는 요인은 소프트웨어다. 애플은 창립 초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방식을 고수한다. 신생아 시절 아이폰 울음소리가 독보적이던 이유는 기존 맥 운영체제 기반으로 아이폰OS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하드웨어 중심인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이 운영체제가 태블릿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PC 운영체제는 윈도우즈를 택하다 보니 애플식 기기간 연동이 쉽지 않았다.
애플은 2011년 도입한 아이클라우드(iCloud)로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등의 거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한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자동으로 맥에 저장되고, 이를 편집한 결과가 곧바로 아이패드에 반영되는 식이다. 아이폰에 앱을 깔면, 아이패드 화면에 최적화된 유니버설 앱이 자동 설치된다.
문자 메시지와 전화도 맥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에서 주고 받는다. 이젠 아이폰에서 글과 그림을 복사해 맥에 붙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사용자 경험을 한데 묶는 전략은 애플뮤직과 애플TV플러스,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가 기기 간 실시간 동기화를 시작한다고 알린 시점은 지난해 가을 노트10 발표 때다. 여기에 필요한 클라우드는 MS의 원드라이브를 이용한다. PC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려면 갤럭시를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다만 MS와 구글 운영체제가 가진 범용성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보인다. 사물인터넷(IoT)으로 거실과 부엌을 한데 묶는 ‘스마트 싱스’ 앱은 TV와 생활가전 시너지를 노린다.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기준 610억9800만달러(약 72조원)다. 미국 브랜드 평가 기관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2017년부터 6위에 올리고 있다. 2012년 9위(329억달러·약 39조원)로 처음 10위권에 이름을 건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10년 전인 2009년에 비하면 브랜드 가치가 250% 올랐다.
삼성전자는 TV 분야 세계 1위, 취향대로 디자인을 바꾸는 비스포크 냉장고, 무풍 에어컨 흥행 등으로 가전시장 입지를 다졌다. 또 절반에 가까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5G 네트워크 기술, 사회공헌활동 등이 브랜드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다진 브랜드 평판 위에 삼성전자 마케팅전략 결정체로 꼽히는 갤럭시 언팩에 업계와 소비자들의 호평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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