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보험사가 치매보험 대신 간편고지보험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판매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단기간에 치매보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 보험사 간 과당경쟁 체제가 심화됐고, 손해율 악화에 따른 분쟁 증가 등이 주효했다.
2015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 수는 전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0%에 해당하는 65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인 10명 중 한명이 치매에 걸린 것으로 관련 보험이 출시된 초기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치매보험 신규 가입 건수는 총 136만건으로, 전년도 하반기와 비교해 214%나 늘었다. 경증치매 진단을 보장하는 치매보험 가입 건수는 전기 대비 455% 증가했고 단독형 치매보험 판매비중도 2017년 8%에서 2018년 52%, 2019년 78%로 급증했다.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로 경증치매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데 반해 보험사 내에 축적된 정확한 통계가 없어 보험금 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기존에 판매한 치매보험 상품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보험사의 손해율과 민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암 발생률이 급증해 보험사가 암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치매보험도 과당경쟁에 따른 고위험 치매상품 개발과 손해율 상승 등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간편고지보험 시장은 상품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 보험사에 치매보험의 공맥을 메워줄 효자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최근 암 전조증상에서 당뇨합병증까지 보장을 강화한 무배당 New간편한가성비플러스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유병자가 간편심사로 가입했을 때, 3가지 항목만 고지하면 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등 3대질병 진단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고지 항목은 3개월내 입원·수술 등에 대한 의사소견 여부, 2년내 입원 또는 수술, 5년내 암진단 또는 암치료 여부 등이다.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의 경우는 수술비도 보장한다.
MG손해보험도 유병력자나 고령자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무)건강명의 6대질병 간편보험’을 지난달 선보였다.
신한생명도 근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간소화하고, 유병력 또는 고연령으로 기존 간편 심사 암보험 가입이 어려운 고객도 가입할 수 있는 ‘신한초간편고지암보험(무배당, 갱신형)’을 내놨다.
간편고지보험 상품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에는 간편가입100세건강보험, 간편가입건강보험, The간편한건강종심보험 등 다수 상품이 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CI보험에 비해서도 가입조건이 비교적 완화되면서 가입자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CI보험은 보장이 다양해도 과거 병력이 있으면 가입이 힘든 경우가 많았다. 간편고지보험은 근래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한 형태다.
구체적으로, 간편고지보험이란 최근 2년 이내(암은 5년) 입원, 수술 이력이 없는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으로 질병 종류와 관계없이 입원비, 수술비를 보장하고 계약자는 계약 전 알릴 의무가 있다. CI보험은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는 보험을 일컫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치매보험 보장은 특정 질환에 한정되기도 하고, 한창 치매보험 판매 열기가 커질 때 금융당국이 치매보험 손해율, 보험사기, 불완전판매 우려로 판매에 제동을 걸면서 보험사 치매보험 판매 열기가 잠시 사그라들고, 간편보험에 옮아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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