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52%↓)·SK텔레콤(3%↓)·SK하이닉스(85%↓), 일제히 성장세 멈췄다
SK그룹은 올해 정유화학·통신·반도체 등 주력 사업분야에서 수익성이 모두 둔화됐다.
우선 에너지·화학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2조3990억원 대비 반토막으로 줄었다. 상반기에는 미국 휘발유 공급과잉으로 인해 정제마진이 하락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중국 경유 공급이 늘면서 또 다시 정제마진이 떨어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외생변수를 줄이고자 석유화학·윤활유·배터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지만, 정유부문에서 깎인 수익성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지난 9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부터 마이너스(-) 대를 맴돌아 4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474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기간 9765억원 보다 3% 뒷걸음질쳤다. 그나마도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별도(무선부문) 기준으로 보면 같은기간 1조354억원에서 8034억원으로 22.4% 감소했다. 이는 지난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며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함께 5G 기지국 구축 등 설비 투자가 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줄어든 탓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7분기 내 최대치인 7878억원을 집행했고, 설비 투자(CAPEX)에는 6610억원을 썼다.
반도체 초호황기를 지난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4767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16조4137억원 대비 85%나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전방수요 둔화와 공급과잉 영향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다. 특히 SK하이닉스 매출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D램의 가격 하락폭이 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기준 D램 가격은 전년 대비 60.9%, 낸드플래시 가격은 9.1% 하락했다.
◇ 'IMO 2020' 및 '반도체 턴어라운드'에 기대감 솔솔…'새로운 주력 사업' 발굴 필요성도
내년에는 이들 3사의 실적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 2020'에 따라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 수익성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부터 선박유의 황함유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비해 울산CLX(콤플렉스) 내에 친환경 저유황 연료유를 생산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짓고 있다. 총 1조원을 투자한 이 공장은 내달 완공되면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VRDS 설비를 통해 매년 2000억~3000억 규모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5G와 관련한 초기 비용을 상당 부분 치른만큼, 내년부터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부터 매출 증가폭이 비용 증가폭을 크게 앞지르면서 본격 이익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비무선사업이 SK텔레콤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규모에 달하는 등 확대되고 있어 안정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내년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반전) 가능성과 함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램 업종은 최근 글로벌 데이타센터업체의 고정구매량이 확대 추세로 전환된 가운데, 5G 모바일과 PC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무역전쟁이 최근에는 봉합되는 분위기이고,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대내외적인 요소를 종합하면 당분간은 수급안정화를 통한 완만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난해까지의 '초호황기' 수준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데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은 이미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어 SK그룹이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주력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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