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19일 진행될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대결로 펼쳐진다. 또 나란히 IBK기업은행 출신들이 각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다. 이른바 '집안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어서 흥미롭다.
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유주선(위원장 후보)-한창규(수석부위원장 후보)-김연미(사무총장 후보) 조와 기호 2번 박홍배-김동수-박한진 조는 전국 지부 산하 조직들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 금융노조 사무총장인 유주선 후보는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에 비해 상대 진영의 박홍배 후보는 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다. '신한 대 국민' 매치가 형성된 것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를 놓고 매 분기 실적 경쟁을 벌이는 만큼 장외경기 성격의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합원 10만여명의 거대 조직을 이끌 수장을 뽑는 선거에 두 은행 간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현 금융노조 집행부에 속한 유주선 후보는 관록과 감각이, 박홍배 후보는 일선 노조 지부장의 패기와 현직 프리미엄이 경쟁력으로 분석된다. 유주선 후보는 △노동조건 개선과 워라밸 확립 △금융공공성 강화 △직장내 차별 철폐 △강력한 산별노조 건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선 박홍배 후보는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KPI제도 개선 통한 과다경쟁 중단 △여성·저임금직군 임금차별 해소 △남성 육아휴직 1년 의무화 등을 내걸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기업은행 출신 간 경쟁 구도다.
기호 1번 러닝메이트 김연미 후보는 지난해 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기호 2번 박한진 후보는 현직 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이다. 무엇보다 박한진 후보의 노조 부위원장 전임자가 김연미 후보여서 이들의 출마 경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노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당행 출신의 두 후보자가 상대 진영에 포함된 게 아닌가 싶다"며 "노·노 갈등이나 내부 갈등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의 노조위원장 선거도 잇따른다. 금융노조 선거에 앞서 다음달 3일 KEB하나은행, 6일 우리은행이 각각 차기 위원장을 뽑는다. 하나은행은 박진우 현 부위원장을 포함 모두 6명의 후보가 나섰고, 1만여명의 조합원들이 모바일 투표를 실시한다.
우리은행은 박필준 현 위원장이 연임에 도전하며 김남걸 부위원장, 김정삼 부위원장 등 다른 후보들과 4대 1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90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바일 투표를 진행하고, 1차에서 특정 후보가 과반수 이상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2차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측을 상대로 노조의 입김이 갈수록 세지고 있기 때문에 직원 복지와 직결되는 노조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후보들의 공약도 매우 구체적이여서 선거유인물을 재차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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