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6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1년 6월 첫째주(-0.524달러) 이후 처음이다.
복합정제마진이 급락한 데엔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는 'IMO 2020'을 앞두고 선박연료유 등으로 쓰이는 경유 가동률이 높아졌다. 특히 중국에서 가동률을 연중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경유와 두바이유(원유) 간 배럴당 가격차이는 지난달 19달러 수준에서 현재 12.7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축이 손꼽힌다. 경유는 선박연료유 외에도 산업용 등으로 쓰이는데, 수요가 둔화되다보니 선박용 및 산업용 경유 모두 소비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IMO 2020'을 앞두고 고유황중유(벙커C유) 수요가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해 현재 고유황중유 마진은 마이너스(-) 26달러에 달한다. 팔수록 손해인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는 고도화율이 높아 실제 고유황 벙커C유 판매비중은 5% 미만"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마진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기에 4분기 실적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해 4분기 미국 휘발유 공급량이 늘면서 정제마진이 급락해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줄곧 약세를 보이던 정제마진은 3분기에서야 반등하기 시작했다. 선박업계에서 저유황유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였다. 그러나 정작 'IMO 2020' 시행을 앞두고 18년 만의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기록하면서 정유업계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다만 정제마진 악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복합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상황이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면서 "정유업계에서 가동률을 낮추는 등의 대응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내년부터 'IMO 2020'이 시행되면 실제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정제마진은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