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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아시아나항공 품은 HDC현산, 대한항공 카고 1위 자리 노린다

김동현 기자 2019-11-25 15:37:35

-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

-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대주주..."항공유 공급 안정성 제고할 수"

- 아시아나항공 연간 1조5천억원 어치 항공유 사용

정몽규 HDC회장.[사진=HDC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 후 대한항공이 국내 1위를 점하고 있는 항공화물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됐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시 HDC현산과 함께 지분 참여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항공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운송료 면에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게 HDC현산의 복안이란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M&A)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25일 “국내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첫 번째 목적”이라며 “항공물류와 레저, 리조트 등이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협업체계를 갖출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카고(항공화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익 사업으로 평가받는 카고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현재 국내 항공물류 점유율 1위인 대한항공의 자리를 넘보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74.1%를 가진 최대주주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17%를 매각했다. 8.9%는 소액주주들이다.

2018년 기준 국제 항공유 평균 단가는 배럴당 71.6달러다. 25일 환율(1176.1원)으로 계산하면 약 8만4200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해 총 18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썼다. 우리돈으로 한 해 1조5157억원의 항공유를 소비하는 셈이다. 배럴당 1달러만 항공유 공급가격을 낮춰도 한 해 1800만달러, 약 211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 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종합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HDC그룹은 해운 인프라, 스마트 도로 시스템 관리 등 운송 인프라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운송사업은 펼치고 있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항공사업 진출이 확정되면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 상황에 항공화물사업인 ‘카고’ 확장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카고사업은 항공운송사업보다 고수익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공 화물은 주로 IT·전자기업이 주로 활용하는데, 단가는 비싸지만 반도체 등 IT기기의 크기가 작아 한 번에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고 운송시간도 짧아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1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되기 전부터 항공화물사업 확장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새로운 항공화물시스템인 'i카고'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i카고는 화물시스템에 최신 소프트웨어 적용이 상시 지원 가능해지고 웹 기반 환경 구축으로 항공사 간은 물론 화주, 대리점, 세관 등 타 기관과 업무 대응 및 제휴를 원할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전세기 유치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중국 우한 전세기 계약 연장, 구글사 화물 전세기 운영,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설비 운송 등 전세기 위주로 화물기를 늘리고 있다.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 순위도 2017년 21위에서 지난해 19위로 소폭 상승했다.

HDC는 대한항공이 항공물류사업을 축소시키는 상황과 맞물려 아시아나를 국내 항공물류 1위자리에 앉히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대한항공은 화물 항공기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여객기의 화물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페덱스, DHL등 글로벌 물류업체들과 비교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국내 화물실적이 2.8% 증가했음에도 대한항공은 화물 실적이 171만9678t으로 전년(175만7107t)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 수출 규모 급감과 미중무역전쟁 등의 외부요인으로 카고사업분야는 전반적인 침체를 맞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1위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화물사업부분에서 6446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6%가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분기 화물매출액 290억원으로 1년전보다 9% 감소했다.

외항사의 국내 항공물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도 위협요소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물류 시장에서 외항사가 실어나른 화물은 137만3657t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항사의 국내 항공물류 점유율은 지난 2013년 26.6%에서 2015년 28.2%, 2016년 29.2%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체결한 항공자유화협정의 맹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국은 미국과 1998년에 체결한 항공자유화협정에 따라 1~9자유 운수권 중 5~6자유 운수권까지 허용하고 있다.

5~6자유는 미국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한국을 거쳐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는 권리다. 한국 역시 미국을 거쳐 중남미 등 미국 인근의 제3국으로 운항할 수 있다. 자국을 거쳐 인근 나라에 갈 수 있는 이른바 ‘이원권(제3국 취항권)’을 준 것이다.

미국 업체들은 그러나 ‘무제한 이원권(스타버스트, starburst change of gauge)’이라는 특수 조약을 활용해 7자유 운수권까지 누리고 있는 것이다. 7자유는 미국이 한국 공항을 기점으로 삼고 인근 국가에 취항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항공화물사인 UPS, DHL, 페덱스 등이 인천공항을 물류의 허브로 삼고 국내뿐만 아니라 인근국가의 항공물류까지 취항하고 있어 국내 항공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업황의 영향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카고사업은 안정적인 먹거리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카고사업의 경우 여객사업보다 단가가 몇 배 이상 높은 고수익 사업이다”며 “최근에는 미중무역전쟁, 반도체시장 축소 등으로 업황이 불안정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 분야”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 인수 직후 가장 큰 목표로 경영정상화를 강조한 만큼 경영 효율성이 높고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데 카고 사업이 제격이란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범현대가와 협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파트너십 차원에서 여러 논의가 오가는 만큼 고수익 사업 창출을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지분 참여설과 관련해 이 회사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서의 협력은 원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지분참여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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