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제조, 자동차부품 수직계열화를 넘어 체질 개선을 꾀하면서도 정의선 수석 부회장 승계를 위한 입체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자율주행 기술 회사인 ‘앱티브’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앱티브는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현지에서 계약서에 서명할 정도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금액은 무려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앱티브도 같은 규모를 투입하면서 양사의 조인트벤처(JV) 지분은 각각 50%가 된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단순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차량공유 등)와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완성차 제조를 넘어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탑재·공급하는 미래 지향적 종합자동차 기업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정의선 부회장은 JV가 구현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다른 완성차업체에도 공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금흐름 악화 속 미래먹거리 투자 확대 불가피
현대차그룹이 공격적 체질 개선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단연 실적이다. 지난 2018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3%(기아차 통상임급 환입효과 제외)를 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2분기에 각각 4.4%, 3.7%를 보이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판매량으로 보면 안심하긴 어렵다. 현대차의 올해 2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7.3%, 기아차는 5.1% 각각 감소했다. 중국 판매 부문을 제외해도 마이너스(-)는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효과와 제품 믹스 개선(SUV 비중 확대 등)으로 매출액은 늘었지만 이러한 효과는 일시적이다.
고정비 부담은 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품질이슈((세타II 엔진 교체율 증가, KSDS장착, 에어백 리콜비용 등) 관련 5000억원 규모의 판매보증비를 추가로 인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차량부문 판매보증비가 2300억원 증가했다. 기아차는 6000억원가량 감소했으나 회계처리 변경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축소는 아니다.
현대·기아차 모두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미래기술 개발 관련 연구개발비 확대는 불가피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는 완전한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라며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 체제인 만큼 경영능력 입증과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현대차그룹 만족할 상황 만들기 중요"
현대모비스는 지난 23일 3230억5000만원(13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주주가치 제고 목적이지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신설법인(모듈, AS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내놨다. 알짜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신설법인에 대한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논란이 되자 그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5월 정의선 부회장은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가 초청한 단독대담에 참석해 지배구조개편 관련 언급을 했다. 투자자와 현대차그룹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기업가치제고, 배당확대 등이다. 이와 함께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도 높여야 한다.
자사주 매입으로 현대모비스 주가가 높아지면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의 장악력이 낮아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인적분할 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을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교환하는 방법이 유력해 보인다.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은 기아차 지배하에 두게 되면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을 최대로 확보하는 방법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신차 효과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SUV 등 경쟁이 심화되는 등 장담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다소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되더라도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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