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최 선대회장의 21주기다. '나무'와 관련된 그의 일화를 소개한다.
최 선대회장은 1973년부터 충주 인등산, 천안 광덕산, 충북 영동 시항산 등에 걸쳐 민둥산 4100ha(1200만평)를 사들였다. 합하면 서울 여의도의 13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참모들은 이왕 땅을 사려면 개발이 예정된 수도권 땅을 사자고 제안했다. 이 말에 선대회장이 발끈하며"무슨 땅 장사하려고 하느냐!"라고 혼줄을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 전 회장은 시·도 경계가 모호해 방치된 벌거숭이 산만 골라 사들였다. 그 땅에 무려 378만그루에 달하는 자작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 등을 심었다.
정부에서는 산림녹화를 위해 상록수를 심으라고 권했다. 당시 군부독재로 서슬이 퍼렇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 최 전 회장은 꿋꿋하게 자작나무 등 활엽수를 심겠다는 소신을 지켰다. 장학사업을 염두에 둔 그는 벌목사업 등으로 쓰일 수 있는 활엽수가 가치있다고 판단했다. 최 선대회장은 "자작나무는 팔만대장경을 만든 고급 소재목이며 산소 배출도 뛰어나다"는 과학적인 이유를 제시해가며 정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최 선대회장은 훗날 벌목을 하면 나무를 팔아 전액 장학금으로 사용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SK그룹 측은 나무가 성장하는 데 10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매년 10%를 벌목하며 수익을 창출했다. 여기서 나온 자금이 실제로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 등 장학사업으로 활용됐다.
1970년대부터 미래 환경과 장학사업에 투자를 했던 최 전 회장은 지금도 많은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된다. 미래를 위한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결국 기업과 구성원, 국가가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아 현재도 사회적 가치에 힘쓰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사회적 가치는 실제로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만큼 중요한 것"이라며 재무제표를 공시하듯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도 매년 공개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국제 표준을 3년 안에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SK그룹과 사회적 기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교류하자며 지난 5월에는 '소셜밸류 커넥트(SOVAC)'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이 최근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는 행보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최 회장이 지난 2014년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에서 "선친께서 몸소 보여주신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내 인생의 소명을 사회적 기업에서 찾고자 한다"라고 밝힌 것을 보면 선대회장이 보인 교훈을 오래도록 간직했음을 알 수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21년째를 맞았지만 그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은 여전히 SK그룹을 관통하고 있다. 향후 최태원 회장이 보여줄 SK그룹의 사회적 가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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