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었지만 호실적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SK증권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28%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65% 늘어난 127억원이다.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부문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1분기 IB 부문은 순이익 14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분기에는 25억원의 손실을 냈었다. 그러자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상향조정했다.
SK증권의 대주주가 사모펀드로 변경되자 쏟아졌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해 보인다. SK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행위제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사모펀드인 J&W파트너스에 SK증권 지분 100%를 매각했다.
당시 SK그룹 계열사 거래물량 축소로 SK증권 실적이 저하될 거란 우려가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도 일제히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사모펀드의 지분인수 목적이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 실현이므로, 계열의 지원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탓이다.
◆여전히 SK그룹과 상부상조
그렇지만 SK증권은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되면서 자본시장법에 따른 규제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올해 SK그룹 계열사의 대표주관을 여러 차례 맡았다.
SK증권은 지난 1월 SK케미칼의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KB증권과 공동대표로 주관했다. 초기 모집액의 4.1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며 흥행했다. 이후 SK실트론, SK네트웍스, SK머티리얼즈, SK하이닉스, SKC 등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SK그룹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지면서 수익성도 회복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SK증권은 자본적정성 제고와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955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지난해 9월말 자기자본의 21.8% 이르는 금액이다. 현금유입과 우발채무 감축 정책을 바탕으로 자본적정성이 개선됐다.
올해 3월말 SK증권의 잔존만기 3개월 이내 기준 유동성비율은 121.5%다. 지난해 9월말 116.2%에 비해 5.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3월 순자본비율은 300.1%로 지난해 9월말 대비 71.3%포인트 상승했다.
◆위험투자 확대 가능성은 부담
물론 유상증자로 증가한 자기자본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 더 지켜봐야 한다. 김기필 나신평 금융평가 실장은 “높은 배당성향이 유지되며 이익의 자본 유보가 저조한 가운데 IB와 사모투자(PE) 부문의 확대 과정에서 총위험액의 증가가 동반될 경우 자본적정성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등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사와 영업기반이 취약한 중소형사 간 수익성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점도 여전히 부담이다. J&W파트너스가 SK증권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위험투자를 적극 확대할 수도 있다. 위험투자 확대는 재무안정성을 해친다. 실제 최근 초대형IB를 중심으로 위험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초대형IB들의 자본적정성이 저하되는 상황이다.
또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증권의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부문 등 전반적인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투자기 확대되면 자본적정성 저하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김기필 실장은 “SK증권의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변동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면서 “IB부문을 중심으로 주요 사업부문별 경쟁지위 변화와 최근의 사업영역 확대에 ᄄᆞ른 수익성 변동과 개선여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정책과 배당정책 등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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