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호두까기인형’은 연말 공연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 예술감독으로 이끄는 국립발레단이 ‘호두까기인형’으로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5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인다. ‘호두까기인형’은 낭만파 소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독일 작가 에테아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을 각색하여 1892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발레 작품으로 초연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국립발레단은 2018년 천재 안무가로 불리는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1966년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을 재안무하여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에서 초연을 올린 ‘호두까기인형’을 선택했다.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호두까기인형’은 호프만의 원작으로 돌아가 마리가 크리스마스 날 꿈속에서 왕자를 만나 크리스마스랜드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호두까기인형’을 안무하면서 작품을 더욱 입체적이고 화려하게 그려내기 위해 마리의 대부 드로셀마이어를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로 설정했다.
1막에서는 드로셀마이어가 극의 스토리텔링을 이끌어 간다. 마리에게 선물 한 목각인형인 호두까기인형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 살아 움직이는 호두까기인형으로 변신하게 한다. 이어 마리와 사랑에 빠지는 왕자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려 마리와 아름다운 2인무를 추게 한다.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무용수를 무대 장치의 일부로 활용했다. 24명의 발레리나가 출연하는 눈송이 왈츠는 2차원의 무대를 입체적으로 탈바꿈 시킨다. 무대의 상하좌우에 일사불란하게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균형과 대조미를 뽐내며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음악도 작품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한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대표작 중에서도 명곡으로 꼽히고 있는 발레음악 ‘호두까기인형’은 다채롭다.
2막은 드로셀마이어의 마법으로 생명감을 얻어 살아 움직이는 각 나라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줄거리와 상관없이 펼치는 춤의 향연)으로 시작된다. 트럼펫의 강렬함으로 문을 연 스페인 인형은 고난도 동작인 푸에떼(Fouetté)를 선보인다. 파란 조명과 함께 인도 전통의 손동작을 선보이는 인도 춤은 잉글리쉬 호른과 클라리넷의 잔잔한 연주와 조화를 이룬다. 이어 플루트의 경쾌한 음색에 따라 귀엽고 깜찍한 중국인형들이 등장해 높은 점프와 피루엣(한 발을 축으로 도는 동작)을 선보인다.
그 다음에는 현악기의 선율과 함께 16명의 발레리나들이 이루는 ‘꽃의 왈츠’ 군무를 만날 수 있다. ‘호두까기인형’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으로 꼽히는 군무다.
어두운 조명아래 꽃송이들이 하나 둘 피어오르기 전 하프 연주자의 자유로운 연주가 시작된다. 이어 현악기의 왈츠가 흐르자 꽃송이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마치 16명의 발레리나들과 함께 왈츠를 추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하프 연주는 ‘꽃의 왈츠’ 군무에서 끝나지 않고 ‘호두까기인형’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리와 왕자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로 이어진다. 하프의 전주로 시작하는 파드되는 현악의 웅장함으로 이어져 발레의 아름다움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호두까기인형’은 관객들에게 솔리스트로서의 실력을 인정받는 등용문이다. 2018년 새롭게 탄생하는 마리는 지난 2014년 ‘봄의 제전’의 주역 마더 역으로 역동적인 모던 발레를 선보였던 정은영(솔리스트)과 올해 여러 갈라 공연에서 주역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량과 면모를 보여준 조연재(코르드 발레2)다.
정은영은 ‘마타 하리’에서 콜레트와 카르사비나를 연기하면서 강한 여성의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지난 ‘해설이 있는 발레 갈라’ 공연에서 해적 그랑 파드되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조연재는 국립발레단 입단 이래 전막 발레작의 첫 주역 무대를 갖는다. 새로운 마리가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