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연간 150만톤 규모의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를 20년간 확보하며 글로벌 유통 시장에 '에너지-방산 연계 전략'을 본격화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LNG 생산기업 벤처 글로벌과 장기 LNG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30년부터 20년간 연간 150만톤을 도입하는 조건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LNG 소비량(2024년 3412만톤)의 약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계약은 단순 트레이딩 진출을 넘어 그룹 차원의 LNG 밸류체인 구축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과 FLNG(부유식 액화설비) 건조 역량을, 한화에너지는 발전·운영 경험을, 한화쉬핑은 해상 운송을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통을 맡으면서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 구조를 완성하는 그림이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항공엔진 중심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에너지 인프라와 방산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LNG 공급망을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편입시키고 있으며 안정적 에너지 조달 능력은 외교·방산 협력과도 맞물린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이번 행보를 '에너지 외교형 사업 확장'으로 해석한다. LNG 공급을 기반으로 발전·조선·방산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경우 특정 국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오션의 LNG 운반선 수주 확대와 연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환경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기반 LNG 수출을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유럽의 탈러시아 에너지 정책, 아시아의 발전용 가스 수요 증가 등으로 장기 계약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미국 LNG 기업 넥스트디케이드에 투자하고 2025년 한화에너지·한국남부발전과 공급망 확대 MOU를 체결하는 등 사전 포석을 다져왔다.
다만 LNG 시장은 가격 변동성과 수요 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장기 계약이 안정적 수익원으로 작용할지 혹은 가격 변동 리스크에 노출될지는 향후 글로벌 가스 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 또한 방산 중심 기업의 사업 확장이 조직·재무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LNG 유통을 매개로 방산·조선·에너지 산업을 묶는 복합 사업 모델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와 안보가 결합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번 계약이 단순 신규 사업 진출을 넘어 그룹 전략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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